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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Nov 12. 2023

현대인은 어떻게
귀여움의 노예가 되었는가

1. How cuteness manipulates us

귀여움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귀여운 것들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지 않습니다. 귀여움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귀여운 동물, 사람, 각종 캐릭터와 이모티콘 등의 작고 소중한 물체들은 우리에게 잠시나마 현실의 수많은 압박 - 인생의 목표, 책임감, 미래에 대한 고민, 진지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귀여움'이라는 녀석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신경 해독제인 귀여움이라는 녀석은 우리가 겉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현상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거나 명확한 단어 선택이 어려울 때, 뭉뚱그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귀엽다'라는 표현에는 그 모호함 만큼이나 심오함이 존재합니다.


'귀엽다'라는 표현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지 않기 위함이 주목적으로 보이지만, 그 실제를 들여다보면 소위 말하는 '머리 아픈'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표현 수단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소극성은 얼핏 자신과 타인 모두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인간 사회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갈등 또는 이에 상응하는 복잡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너무 확대해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 도파민/도파밍(dorphamine + farming)이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도파민에 쉽게 중독되고, 그 도파민의 원천이 사라졌을 때, 또는 일상에서 지속될 수 없을 때 사람들이 쉽게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우리 도처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도파민 중독과 결핍의 현상의 시작점이 귀여움에 대한 중독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귀여움은 곧 긍정성이며, 거침이 없는 부정성 결핍의 상태라는 것이지요.


귀여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애착, 광신도적인 집착이 심해질수록, 이러한 경향성은 본인이 처한 현실과 귀여움이 주는 안락함의 간극에 따라 비례할 것입니다. 이제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왜 다 큰 성인들이 펭수에 열광했는지 어떻게 미국 전역에서 탐정 피카츄와 같은 포켓몬 영화가 개봉할 수 있었는지,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을 빼닮은 캐릭터 라이언은 어떻게 전국민적인 이모티콘이 되었으며, 매체 속 귀여운 아기들이 어떻게 일요일 방구석을 정복하으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왜 연인들끼리는 '애교'를 부리는 것인지, 진지함은 어떻게 진지충이라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는지, 가상인간은 어떻게 광고의 블루칩이 되었는지 볼 것이며,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서구 사회의 남자들과 달리 남성성이 거세 당했는지, 서구의 마초이즘과 정반대의 화장하는 남자들이 어떻게 본인 스스로 매력을 잃어가는지 등 - 귀여움의 긍정성이 아닌 부정성에 집중하는 시간을 앞으로 가져볼 것입니다.


오늘도 귀여운 아기나 동물 사진을 보면서 흐뭇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귀여움의 노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여움의 심오함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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