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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Nov 23. 2017

영어를 잘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2

13. '이유' 가 필요한 영어 학습

  "You have a really beautiful long black hair,
it's shining so I can't see the front."

    

남자의 작업 멘트가 아니다. 야외 패션쇼에서 친구가 들었던 말이다. 우리가 앞에서 시야를 가리게 되자 백발의 노인은 친구의 검은 긴 생머리가 아름답고 눈이 부셔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말하기 방식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느낌이 타인의 귀를 타고 흘러 들어가면 의미로 바뀌어 결국 다른 말처럼 들리게 된다.             


       "I study English to expand my perspective to see the world and to communicate better with my international friends. But l feel like English is a barrier whenever l can't say perfectly what l want to say."  

긴 생머리의 소유자인 일본인 친구 루리는 왜 영어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어 공부는 일상이 되었다. 저번 글은 '영어로 바쁜 일상에 틈을 만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는 질문을 던진 채 마쳤다. 질문이 즉각적인 대답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은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부르고 있었다. 왜 우리는 영어를 공부하는가? 그 대답에 따라 영어로 만든 일상의 틈은 행복의 균열이 되거나 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맥락적 사고 : 왜 나는 영어를 공부하는가

위 사례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말하는 배려의 습관이 잘 드러난 사례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곧 그 나라가 내게로 오는 것과 같다. 영어도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어는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보다는 취업과 승진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처럼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의든 타의든 영어는 필수 선택이 되었다.  우리의 선택은 결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선택을 낳는다는 점에서 삶(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선택(Choice)이 곧 인생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은 언제나 옳다. 따라서 우리가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은 점처럼 분절된 마디가 아니라, 끝없이 이어진 선형 작용이다.


이러한 특성을 맥락적 사고라 부르고자 한다. 위 관점에서 왜 영어를 공부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봤다. 필자도 물론 시험용 영어 공부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어 공부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해야 한다는 의무의 맥락이 아니라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사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깨달았다.


주체적 사고 : 영어 공부를 해야만 하는가?

사실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역설적이게도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한국에서나 덴마크에서나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이 그 내용의 질적 여부와 상관없이 칭찬을 받거나, 잘해 보이는 듯한 착시를 갖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용은 속 빈 강정이면서…'라고  혼자 생각하는 것도 잠시, 이러한 생각이 속 빈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들은 것도 아닌데, 혼자 지레짐작 판단하고 스스로 열등감을 느꼈다. 이런 패배자 정신으로는 뭘 해도 실패하겠다 싶어서 영어를 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엔 최대한 유창하게 보이겠다며 아무데서나 혀를 굴렸던 나는 어느새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영어 학습의 주체적 이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 영어 공부를 해야만 하는가? 형태는 의문문이지만 질문이 아닌지 오래됐다. 꼭 해야 한다면, 그 대답은 반드시 내 삶의 맥락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목적 달성 이후, 앞으로 평생 영어 사용함으로써 얻을 이점이 미약하다면, 영어 공부는 절대 필수가 아니다. 만약 시인이라면,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정교한 의식과 고운 언어로 시를 짓는데 시간을 더 투입하는 게 훨씬 낫다. 영어 교육 전문가인 이근철 씨의 인터뷰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과연 내 인생에서 영어가 필요한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만약 내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드는 것들이 1000가지가 있다면 그중에 하나가 영어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나머지 999가지를 열심히 행복하게 잘 하고 있다거나, 혹은 1000가지 중에 10가지로 이미 내 인생이 행복하다면 사실 영어 공부 안 해도 돼요. 그러니까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으면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Yes24 인터뷰 발췌]

현실적 사고 : Universal language affects our world

영어 공부를 평생 하면 더욱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영어 공부를 자발적으로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노후대비를 위해서다. 최근 'Passive income'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쉬운 예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광고 수익이나, 책 인세 등의 수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필자는 미래에 무슨 일을 할지 항상 고민 한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의 교집합과 미래에 로봇한테 대체되지 않을 만한 직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론가가 되고 싶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평론가는 정기적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이 아니기에, 자동적이며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입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Passive Income이 영어 학습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는다면. 같은 내용의 글을 쓰더라도 한국어와 영어에 따라 발생하는 바이럴과 트래픽의 수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 모두가 노후에 치킨 집을 차려 치킨게임을 하려는 게 아닌 이상, 시장을 전 세계로 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영어 공부 동력원 중 하나가 되었다.

'언어의 의미는 실체가 아니라 형식이다'

 둘째, 독자적 글쓰기를 위해서다. 말은 곧 글이 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그리고 여기서 덴마크어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공부하며 얻은 깨달음은 '언어의 확장이 곧 사유와 공간의 확장이며 세계의 재창조'라는 것이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의 의미는 실체가 아니라 형식이다'고 말했다. 즉, 언어는 하나의 고정된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릇이 아니라, 각각의 언어는 각각의 기호체계 안에서 맥락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다. (김영필, 철학박사). 실제 행복 글쓰기를 하며, 행복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진부하고 강박적인 이미지를 많이 걱정했다. 그래서 최대한 신선하게 접근하고자 했는데 그때마다 영어자료를 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로 검색하고 콘텐츠의 위치도 현지 국가로 변경하여 얻는 정보는 한국어로 했을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셋째, 세계 공용어인 영어는 우리가 사는 곳을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 스스로 타고난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하는 필자가 우리를 위해 공부하자는 모순적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에는 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 중 가장 안타깝고 비극적인 것은 의사소통 오해로 인한 비극들이 발생하는 경우다. Jay Walker는 [The world English mania]라는 TED 강연에서 영어를 세계 문제 해결의 윤활유로 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어의 지배적인 위치는 다른 언어를 소멸시키는데 굉장히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 우리가 세계 공통 언어를 가지게 된 - 그리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마치 우리가 전기로 세상을 비추는 것처럼 세계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공통의 언어인 영어를 사용하여 오해를 줄이고 해결 나가자."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지 못한 이상 우리에게 영어는 큰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장애물이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장애물을 피하는 것이다. 굳이 영어를 잘하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면, 오히려 영어라는 장애물을 피하는 게 낫다. 둘째 장애물을 넘는 것이다. 장애물을 넘었을 때 그건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자신의 가능성이며 능력이고, 새로운 행복 채널을 발굴한 것과 같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잘하면 분명 행복해진다.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잘하면 행복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타인의 시선, 취업, 승진을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사고의 확장과 전환, 지식 통섭, 노후 대비의 가능성을 '본인의 삶'의 기준에서 '주체적'으로 영어를 바라본다면, 그때의 영어는 행복의 언어일 것이다.



[참고 자료]

1. https://www.newyorker.com/tech/elements/the-glossary-of-happiness

2. https://www.economist.com/blogs/johnson/2010/10/language_style_matching

3.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3zvg&articleno=15060439&categoryId=729615®dt=20130223015006

4.  https://www.ted.com/talks/jay_walker_on_the_world_s_english_mania#t-251356

5. https://www.ef.co.kr/e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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