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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Aug 15. 2024

인플루언서라는 지독히도 유해한 인플루엔자

자기 착취로 이어지는 과한 친밀성에 중독된 사회의 무서움

제정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정지 상태로 옮겨놓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귀여움을 여러 방식으로 정의하며, 귀여움에 과잉 노출되고 중독된 사회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나아가 우리가 잃어버린 진지함을 회복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목적에서 이번 글은 연예인 우상에서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나아가 팬들의 노예가 되어버리게 되어 우리 사회의 규범과 규율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자기 착취로 이어지는 과한 친밀성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이 연예인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일반인과 연예인 나아가 인플루언서들과의 관계가 너무 친밀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가 없으면 환상이 생길 수 없습니다. 적당한 거리가 존재해야 우상화가 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유명인들은 대중과 친밀해지기를 강요받았습니다.


대중과 친밀해지길 바라는 순간부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유명인들은 본인의 일상을 드러내야만 했습니다. 스케줄이 없는 일상의 삶을 공유하고 팬들에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양육" 되고 "길러지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흔히들 팬들이 유명인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조공"한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조련"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였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모습이 많을수록 친숙함과 친밀함을 형성하게 됩니다. 과한 친숙함과 친밀함은 어떤 관계에서 있어서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사생팬"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사실 이들은 "스토커"이자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싫은 소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조차 팬의 일부라고 "사생팬"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의 문제점이 무엇이냐면, 여움에 절여진 대상은 착취의 대상은 물론이거니와 착취자 본인에게도 과한 친밀성을 내재화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인플루언서라는 지독한 인플루엔자


우리 사회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존재입니다. 물론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고 타인을 우러러보며 맹목적으로 따르고 자발적으로 노예와 시녀가 되는 주체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게 가장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위에서 언급했던, 귀여움 즉, 과한 친밀성이 내재화된 관계가 위험한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사생팬이었다가 인플루언서가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인플루언서 본인이 큰손 (별풍선 등 큰돈을 후원하는) 사적인 만남을 강요당한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그 인플루언서가 스토킹을 자행하는 타인을 먼저 이해해보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자신도 자기보다 타인을 미치도록 좋아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는 특히 아이돌 문화가 일반화된 세대부터 그 심각성이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봅니다. 가장 미약한 수준은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제품을 맹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그리고 더욱 친해져서 팬미팅을 하게 되는 사이가 됩니다. 이러면 사적으로도 친밀함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타인(유명인)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기대하게 됩니다. 그게 보이지 않을 때, 돈을 써서 자신의 관심과 욕구를 드러내게 되는 것이죠.


일방적으로 우상화된 타인을 향해 과한 친밀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통제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허용된 관계는 역설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거리를 절단시켰습니다. 그 절단의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차단 아님 처단입니다. SNS를 폐쇄하거나 테러합니다. 영상을 내리거나 구독을 취소합니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위력을 가합니다. 상호 법적 공방을 다투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여과 없이 사회에 노출됩니다. 연예인들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포지셔닝된 인플루언서들은 팬과의 '과한 친밀감'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지독한 '인플루엔자'를 확산시키는 중입니다.


인플루언서화(化) 되어버린 양지바른 성매매 시대 


흔히 인생에서 삼간(間) 즉, 시간, 공간, 인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미디어에 노출된 하이브 의장 방시혁의 사진은 미간이 찌푸려지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이브라는 거대 기업의 수장인 방시혁이 노출방송 BJ와 함께 미국을 거닐고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모습은 시간, 공간, 인간이라는 3박자가 모두 어우러진 현대사회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극인 것은 노출방송(이하 벗방)으로 인기를 얻은 소위 인플루언서들의 언행이 음지에 있던 성매매의 영역을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놓고 너무나 당당하게 돈을 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본인의 저서 <황금종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돈 앞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틀린 말입니다. 그들은 역설적으로 인간성을 회복합니다. 그 돈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는 인플루언서들이 나서지 않아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같은 업체에서도 관심만 끌 수 있다면 뭐든 다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시청자를 확보한 플랫폼에서 특히 단순 성적 매력이 아니라 생식 기관을 성적 매력으로 극대화, 극단화시킨 사람들의 행동 또한 용인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비단 우리나라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온리팬스(ONLYFANS)라는 외국 사이트 또한 이런 현상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돈이 되면 직업이 교수든 과거 연예인이었든 심지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든 간에 관계 영상을 올리든 옷을 벌고 춤을 추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성상품화가 인류의 역사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성상품화는 인간의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유구한 역사의 비즈니스 모델임에 분명하지만 잘못되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의 쾌락과 고통의 수치가 극단에 다다르는 이유는 바로 과한 친밀감에서 비롯된 관계의 왜곡 때문입니다. 너무 친밀해지려 하기 때문에 사생팬에서 사생결단에 이르는 단계까지 가게 되는 것입니다. 외적으로 뛰어나고 유명해 보인다는 이유로 쉽게 믿고 친밀감을 느끼다가 공구(공동구매) 사기를 당하거나 뒷광고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벗을수록 늘어나는 통장 잔고에 기분이 좋아지다가 일상을 위협하고 나의 시간과 공간과 만나고 싶은 사람의 자유를 뺏기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글을 쓰면서 해결책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들의 생각을 듣는 일입니다. 요즘엔 제대로 된 생각을 듣기 참 어려운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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