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를 마친 선수들의 소감 인터뷰를 시청합니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할 때 "~인 것 같습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비단 올림픽 선수들만의 문제일까요.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젊은 층에서 "같습니다"라는 표현을 상황과 쓰임새에 맞지 않게 남용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조차 "귀엽고 겸손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이유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① "같습니다" : 말하고 싶은 욕구만큼 불확실한 자존을 감추는 방법
우리들은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라" -라는구호 아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장려받았습니다. 사회의 가치가 다양해질수록 자신의 생각을 분출할 수 있는 경로도 세분화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역이 세분화된 만큼 필요로 하는 전문성과 자기 확신의 정도가 그 이전에 비하여 높아졌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절충과 겸손 표현의 목적으로 "같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면에는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적용하지만 동시에 무엇하나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교착상태에 진입합니다. 결국 "같습니다"라는 표현의 확산과 만연의 기저에는 말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사람은 많아졌으나 직설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문화권이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비단 한국의 문제는 아닌 것이 영어 문화권에서도 본인의 생각을 구어체로 표현할 때 ["lt's like ~, l am like ~, I feel like"]으로 시작하는 표현으로 자기 생각을 전개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측과 추정의 영역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조차 [같습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판단을 유보하는 안이한 사고와 태도에서 저는 존재론적 불안을 봤습니다.
② "같습니다" : 다양성 포용이라는 사회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을 느낄까요? 짐작컨대, 댓글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은 본인이 보고 듣고 자라며 단언과 확신을 한 특정인물이 '온라인 댓글'을 통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경우를 종종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그들이 직접 댓글 작성자가 되어, 현실에서는 직접 내뿜지 못했던 강한 확신의 표현들이 심판과 처벌의 표현으로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경험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존중을 빙자한 각종 시민단체와 소수자들의 표현 권력 침탈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자기 생각을 옳고 그름과 좋고 싫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게 검열하고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을 예로 들면, 여자 복싱 경기에 XY염색체를 지닌 (생물학적 남성에서 여권상 여성으로 변경된) 성소수자 출전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비단 올림픽뿐만이 아니라, 남성의 생식기를 가진 채로 육상, 수영 등에서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여 논란이 된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죠)
하지만, 이런 논란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각종 단체에서 쉽사리 단호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는 앞서 언급한 소수자라는 언더독의 탈을 쓰고 다양성을 레버리지하여 역차별을 자행하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존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화 권력과 자본을 차지한 사람들은 언론에서 쓰이는 언어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인 성소수자를 "싫다"라고 얘기할 수 없고, "나는 성소수자는 존중하는데 그냥 개인적으로는 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 같아~"라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마치 자신의 생각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게 됩니다. 성소수자는 소수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당하거나차마 말할 수 없는 피해와 차별과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 여성으로성전환 수술을 한 선수가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과 정정당당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한 단체의 결정은 옳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수자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가 특정 방향으로 조성되어 우리를 검열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검열의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힘이 없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같습니다"라는 어미로 애매모호가 얘기하는 방법밖에는 없게 되는 것이죠.
③ "같습니다" : 기성세대의 독단과 아집에 대한 반발
마지막으로 "같습니다"라는 표현의 기저에는 젊은 층이 가진 86세대에 대한 반발감도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20-30대는 민주화 운동 세대에게 교육을 받거나 회사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5060 세대를 상하 위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그들 중 일부 (사실상 대다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특정 행동과 사상을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식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업무 지시를 해야 할 때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그냥 하라는 식의 강요만 많았죠.
남성적인 말투는 마초적이며 가부장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이긴 합니다. 다만, 여전히 일부는 우리 사회에 어딘가에서 자신은 "카리스마 있는 존재"라며 자아도취 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운동권 정치인들이 가장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 말투 문제라면 그 심각성이 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자주 노출되는 정치권의 행태는 특정 가치와 사상에 경도되어 강력한 언어로 선언적 구호를 외치지만 이전 체제에 비해 더 나은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하고 상호 비방과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일삼는 행위에 젊은 층은 지쳐버렸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무관심은 나쁜 것으로 배웠기에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감을 그 세대와는 반대되는 행동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그 결과물이 겸양의 미덕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같습니다"라는 표현에 투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 이 글은 사회과학적 방법에 근거한 논리적인 글이 아닙니다. 그래서 근거도 빈약하고 추론의 비약도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은 지식의 총량과는 별개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확실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권리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비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뾰족함이 타인의 기본권을 찌르고 벨 수 있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진정 생각을 명료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은 동시에 타인이 확신을 갖게 되기까지의 노력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할 때는 "같다"라는 표현을 최소화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남들과 "같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