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독서] 안규철 - 사물의 뒷모습
"매일매일 해야 돼요.
기분 좋을 때만
영감이 있을 때만
그려서 되는 일이 아니고,
추우나 더우나 일정한 시간에
지속적으로 계속하다 보면
그것이 매일같이 쌓여서
하나의 프로세스가 돼요.
그 프로세스가 생기면
나만의 방식도 생기고
그것이 굳어져 철학이 되고 사상이 됩니다.
예술은 오히려 말을 아끼는 법을,
차라리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 모른다.
말과 말 사이의 여백,
침묵은 아직 훼손되지 않은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항상 연필로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밑줄은 세상과의 만남이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본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인식'의 영역에 속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밑줄을 보며,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반추하는 행위의 반복은 곧 자신만의 '의식'이 된다. 이러한 연유로 밑줄 긋기는 나만의 독서 의식이 되었고, 밑줄은 세상과 나를 잇는 선으로써 'MEETJUL'이 되었다
문제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사물의 겉에만 관심이 있고 그 내부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내가 거쳐온 세상이라는 학교가 내게 박아 놓은 나사못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내 속에 들어와 지금의 나를 만든 이 이물질들, 나사못들로 엮여 있는 습관과 관념의 덩어리가 바로 나다.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기관은 귓속의 달팽이관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균형 잡는 것과 소리를 듣는 것 사이에 무슨 각별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예술은 오히려 말을 아끼는 법을, 차라리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 모른다. 말과 말 사이의 여백, 침묵은 아직 훼손되지 않은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삶에 더 가까운 것은 원보다는 나선일 것이다. 나선의 궤도 위에 있는 사람은 결코 시작점으로 돌아갈 수 없다.
뭐라도 하나 반짝이는 것을 건지려면, 낮의 소란과 번잡과 모욕을 밤의 적막과 어둠으로 씻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을 멈추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뭔가를 배우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정지 상태로 옮겨놓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