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여유
24일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되었던 설 연휴.
새롭게 시작된 음력의 첫날. 달의 운행, 달의 모양은 태양과 달리 매일 시시각각 변한다는 특징으로 옛사람들에게는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용이한 기준이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다시,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며 살 수 있었던 기간이 앞으로 다시 시작될 회사 생활이 반드시 두렵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올 설 연휴에는 조금이나마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
가끔은 막연해 보일 수 있는 감정 앞에서도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서로가 최선을, 최선의 최선을 다하며 웃으며 보낼 수 있는 뜨거운 악수와 포옹일지라도
불안을 연료 삼아 최선을 다하려는 관계의 지속으로 젊음을 낭비하기에는 생은 짧다.
어떤 날에는 인생은 고통이 아니라 세상은 놀이터라는 것을 몸소 증명한 생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속 미국인은 평생의 부를 축적하고 이 세상을 몸으로 마주하고, 자연을 받아들인 채 사랑까지 소홀히 않는 이 세상 최고의 부자처럼 보였다.
너의 말처럼, 부자들에겐 세상이 고통스러운 현장이 아닌 '놀이터'처럼 보였다. 진정으로.
'놀이'의 방향이 잘 맞는다고 느낀 시간의 연속이었다. 심야 영화를 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화를 나누는 일, 서울을 벗어나 조용한 카페에서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일.
그런 하루하루의 경험들, 일상의 시간들, 여행의 기억들이 밀푀유처럼 쌓이고 있음을 감각한다.
저 멀리 물치항의 작은 등대의 입가를 닦아주는 굽이치는 파도의 물거품과 비늘처럼 빛나는 윤슬 앞에서 갈마드는 생의 기쁨을 감각한다.
[퍼펙트 데이즈]와 [애니멀 킹덤] - 이 두 영화를 보고 "좋다"로 끝나는 것이 아닌 영화 속 장면에 대한 감상과 나름의 분석 - 설령 그것이 bullshit과 gibberish에 불과하더라도 우리만의 salon이 될 수 있지 않을까.
salon de Ça va?
와인을 살짝 곁들인 주말이 함께여서 재미있는 대화, 대화, 대화!
의미 없는 대화와 의미 있는 대화의 끊임없는 구분은 할 말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너의 그 한마디에 차가운 밤공기 아래 가던 길을 멈추고 지금 당장 와인 한 병을 들고 모닥불 아래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밤을 지새울 수 있다면...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이 곧 찾아올 것이다. 연휴의 끝이 두렵지 않다. 모든 것은 끝이 있어야만 그 소중함을 감각할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이 존재하는 이유는 생(生)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기 위한 것.
"이 아침의 아름다움이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여권이리라" (파스칼 뷔르크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