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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un 02. 2018

두 발로 움직이는 행복, 덴마크의 자전거 문화

25. 스트레스를 행복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가 병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산
송장처럼 누워 있기 싫다는 가사가 귓가를 맴돌았다.
행복하고 싶다면, 손가락이 아닌 발을 움직여한다."

유동성 함정이라는 용어가 있다. 경제에서 말하는 유동성 함정이란 중앙은행에서 공급한 통화가 실물 경제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뜬금없이 경제학 용얼을 들이미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현금을 들이붓지만, 행복 지표는 일시적으로만 회복될 뿐 이내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다. 행복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다! 혹자는 모든 감정이 으레 그렇듯 행복 또한 경기순환 곡선의 형태를 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누구나 감정의 기복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삶을 즐겁게 해주는 건 제한적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책을 쓰듯, 우리도 행복 부양책을 써야 한다. 그 방법은 삶의 유동성(mobility)을 확대하는 것이다. 삶의 유동성이 확장되는 만큼 행복에너지가 들어올 공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덴마크인들의 자전거 사랑과 생활체육이 어떻게 행복에너지로 전환되는지, 나아가 우리들의 행복 유동성을 찾기 위한 운동에너지 관리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덴마크에는 왜 이렇게 자전거가 많을까?

      

 덴마크인은 자전거를 사랑한다. 한 예로, 필자가 파견 온 Aarhus University에서 보내온 기숙사 정보를 보면, Walking distance가 아니라, '10 mins away by bike’로 자전거 소요 시간을 기준으로 거리를 표현한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만, 덴마크는 자전거 ‘수신호’까지 있다.(우회전이면, 진입 전에 한 손을 들어, 오른쪽으로 뻗는 식) 또한 자전거 운행 시, 일몰 이후 전후방 라이트를 설치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인 내게 그들의 자전거 사랑은 집착처럼 보였다. 여러분이 혹시라도 덴마크에서 자전거 타는 모습을 광고에서 보았던 이미지로 상상하셨다면 현실과 괴리가 있다. 그들에게 자전거는 취미나 레저가 아닌 일상을 함께하는 ‘생활 수단’ 그 자체였다. 자신의 자전거 뒤에 트레일러를 붙여서 두 명의 아기와 함께 오르막을 오르는 북유럽 맘에게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은 붉어지는 피부와 건강한 잇몸이었다. 새벽 2시에 학교 클럽에서 파티가 끝난 뒤에 본 모습은 가관이었다. 귀가를 위해 자전거를 비틀거리며 타거나, 비가 와도 우의를 쓰며 자전거 타는 모습은 가히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집착은 그들의 환경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자, 덴마크인에게 자전거는 현실적인 사랑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깨달았다. 


먼저, 정책적 관점에서 높은 자동차 취득세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주 덴마크 대사관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차량 구입가의 180%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만약 1억짜리 차를 구입하면, 2억 8천만 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덴마크에서는 소형차가 많고, 자전거 근율이 40%에 육박한다. 이런 높은 수치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대중교통수단에 자전거 탑재 공간을 마련한 인프라 효과 덕분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친환경 소비를 장려하는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덴마크에는 자전거타기대사관(Cyling Embassy of Denmark)이 있을 정도인데, 자전거 친화 도시 전문과 과정 프로그램을 개설한다든지, 기존 통계 기준으로 산정되지 않는 자전거의 (탄소중립의)경제적 효과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Source : http://www.cycling-embassy.dk/facts-about-cycling-in-denmark/statistics/


셋째, 문화적 측면에서 유럽인은 상대적으로 얼굴보다 몸매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덴마크는 오후 3-4시만 되어도 퇴근 이후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필자도 'Run for friendship' 커뮤니티에 가입했었다. 이때,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세션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그들에겐 화장을 잘하는 것보다 힙업에 더욱 신경 쓰고, 앞머리를 손질하는 것보다, 건강한 허벅지와 팔뚝을 갖는 게 중요해 보였다. (남녀불문하고!)



2. The energy of happiness_행복에너지 보존의 법칙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내게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실 이 질문은 대학생이 된 후부터 시작됐다. 매일 1호선을 타고 인천과 서울을 왕복하면서, 모르는 사람과는 눈조차도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면의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타인은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일까?"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의 행복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이라는 질문을 했을 때, "걱정 또는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는데 덴마크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면, 결국 덴마크와 한국의 행복 차이는 '상황'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누구나 하는 얘기다. 많은 뉴스 기사들이 한국도 덴마크처럼 복지 제도가 정비되어야 되고, 워라밸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소확행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일종인 덴마크의 '휘게' 문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행복 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극대화된다. 상황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상황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사람의 변화가 상황의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자본의 논리,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갈등,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대다수 사람들의 무임승차 태도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그렇게 각자의 이상과 현실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늘어날 뿐이다.


그렇다면,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기본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면 의외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Stress의 어원을 보면 라틴어(strictus: drawn tight)로 '팽팽한 상태'라는 뜻이 있다. 줄다리기를 생각해보자. 평형은 힘의 균형을 전제로 한 상태다. 즉, 스트레스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다. 학창 시절, 건물 위에서 사과를 떨어뜨릴 때,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하듯, 에너지의 총량은 보존되지만, 그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Stress는 Distress와 Eustress로 나뉘는데,일상의 행복을 위해서는 Distress를 Eustress로 어떻게 전환할지 고민해야 한다. 위치에너지를 영어로 ‘Potential energy’라고 부르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라는 무책임한 말을 하기엔 그 잠재성이 우리 삶에서 너무나 큰 지분을 차지한다. (쉽게 말하자면, 스트레스 중에서도 좋은 스트레스를 우리의 행복 에너지로 전환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 Workout for Eustress : 삶의 짐을 덜어내는 Gym


행복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물리의 영역과는 다르다. 물리고 무는 치열한 사회는 실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공간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다들 살면서 적어도 한 번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짜증낼 기운도 없어."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갖고 산다. 더욱 잘하겠다는 의지, 열정도 스트레스, 누군가에게 치이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 솟아오르는 부정적 에너지들이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몸에 있는 '에너지' 자체를 소진하는 것이다. 이때, 평형을 이루고 있던 스트레스 덩어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짜증낼 힘도 없는 상태'가 '무기력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제안하고자 하는 방법은 운동으로 부정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이다. (요즘 말로하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나 할까?)


인구가 적은 덴마크에서 그나마 사람을 볼 수 있었던 곳이 바로 '헬스장'이었다. 필자는 무인으로 운영되던 Urban Gym을 다녔었는데, 3개월 멤버십을 등록하면 1개월 당 약 120 dkk 정도(약 25,000원)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보통 덴마크 물가가 한국의 2-3배 비싸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가격 측면에서 운동 접근성이 매우 뛰어났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덴마크에서 향수병을 느끼거나 무기력했을 때, 운동은 큰 힘이 됐다. 스페인 친구 파블로와 같이 농구 대결을 하거나, 덤벨을 들며, "Go Go! One more!"를 외칠 때면, 그 순간만큼은 나쁜 생각들이 사라졌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취업 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느낄 때가 많았다. 다른 상황에도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취업 준비 시기에 헬스장을 다니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기에 생활 속에서 간단한 운동을 하고자 했다. 첫째, 달렸다. 장점으론 돈이 들지 않는다. 오랫동안 카페에 앉아 노트북만 바라보고 있으면 카페 주인한테도 죄송하지만, 내 몸한테도 민폐다. 하루 일정을 마친 후 숨이 찰 때까지 뛰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잠시나마 사라진다. 뇌가 산소 공급에 모든 집중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술집 근처에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장에 가서 농구와 야구 게임을 한다. 순식간에 커피값보다 많은 돈이 지출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카페인으로도 풀지 못하는 피곤함을 땀으로 각성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이외에도 실내 클라이밍을 한다든지, 스포츠 응원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등의 방법이 있겠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가 본인의 삶과 행복을 찾아가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는 형태만 다를 뿐, 보존이 된다고 했을 때, 많은 에너지를 행복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중성화' 과정이 필요하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운동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위한 하나의 단계 즉, 프로세스로서 그 가치가 있다. 스트레스가 빠지는 자리에, 새로운 힘이 들어가면서 인간의 행복 에너지가 보존될 수 있다는 개념을 제시하고자 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드는 것처럼 말이다. "Sound mind in a sound body"


[참고 자료]

1. http://happinessmatters.com/happiness-creates-energy/

2. http://blog.deliveringhappiness.com/blog/the-energy-of-happiness

3. http://www.cycling-embassy.dk/facts-about-cycling-in-denmark/stati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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