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자인 사람
“그걸 왜 계속하려고 하죠?”
“제가 꿈꾸는 일이니까요!”
“꿈이라고요? 하하···. 차라리 그 시간에 돈벌이를 더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얼마 전 지인이 내 꿈에 대해 듣고 내게 한 말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으면서 꾸는 꿈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 그는 자신만큼 솔직하게 충고해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나를 아끼기에 하는 소리라고 했지만, 내게는 '솔직함'이라는 포장지를 두른 '무례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립서비스(lip-service)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그 말이 가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다.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건네는 일이 생각보다 얼마나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어려운 일인지를.
누군가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려면 상대의 장점을 먼저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다 보니, 가끔은 그런 말 한마디조차 아까운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큰맘 먹고 찾아낸 칭찬을 건네도, 감사히 받기는커녕 손사래를 치며 부정해 버리는 이들.
나는 그런 이들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 부르기로 했다. 늘 부정과 짜증이 가득해 타인을 깎아내리기 바쁜 사람은, 곁에서 아무리 사랑과 위로를 쏟아부어도 그 온기를 채 담아내지 못한다.
반면, 최근 나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을 만났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의미와 감사함을 찾아내며 긍정을 전파하는 사람. 내가 배가 고파도 더 굶주린 이를 돕는 사람을 보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사람. 이뤄질지 아닐지 모를 타인의 꿈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 말이다. 나의 단점은 먼지처럼 작게 봐주고, 장점은 열기구에 매달린 풍선처럼 한껏 부풀려 칭찬하기를 아끼지 않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힘겨운 시절에는 타인의 꿈조차 질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얄팍한 우정은 타인의 실패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를 놓지 않고 꿈꾸는 나를 진심으로 격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성숙한 어른의 그릇을 보았다.
사실 우리네 삶은 나이가 들수록 옹졸해지기 쉽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팍팍한 세상살이에 마음은 자꾸만 각박해진다. 그래서 칭찬에 인색해지고, 남의 성공에는 배가 아프며, 남의 실패에는 걱정하는 척 뒤로 웃음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며 마음을 써보자. 그리 큰돈 드는 일도 아닌데, 긍정적인 말 한마디 건넨다고 내 형편이 나빠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그리 '솔직'해지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가.
나 역시 돌아보니 진심 어린 칭찬을 나누는 데 인색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마음 부자인 그를 다시 만나며 세상 가장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마음을 부유하게 가꾸고 기꺼이 베푸는 그 근사한 모습처럼, 나 역시 마음 부자로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해본다.
“너의 글에는 너의 꿈이 있다.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너무 멋져! 내가 끝까지 응원할게.”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보잘것없는 나를 멋지다고 해주는 그 마음에 힘을 얻어 나는 다시 지친 몸을 일으켜 끄적끄적 글을 써 내려간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체면)가 없냐? 쫄지 마!”
라는 우스갯소리조차 어느 순간엔 큰 힘이 된다. 결국 더 가진 사람이 내어줄 수 있는 법이다. 마음 부자인 우리가 마음 가난한 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칭찬과 긍정을 흘려보냈으면 한다. 세상에 더 많은 예쁜 말들이 오갈 수 있도록.
"무례함을 솔직함이라 착각하는 가난한 마음보다, 보잘것없는 꿈조차 귀히 여겨주는 부유한 마음을 가진 그 사람! 더없이 소중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