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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I Oct 21. 2024

오십이즈 다이어리

철들지 못하는 오십의 어른이

내가 스무 살 땐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설 정도면

세상에 뭔가 이뤄놓은 게 하나쯤은 있겠지!

여자나이 마흔만 넘어도 여자는 아닌 것이니까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살고 있겠지!

오십쯤 되면 생각하는 것은 늘 나라와 세상과 지구의 평화와 같이 거창하고 의미 있는 것들일 것이고, 말하는 것 또한 고급지고 우아하게, 화란 것은 국밥집 아낙네나 가지는 병이라 생각하며 -어릴 적 동네 국밥집 아주머니가 그렇게 남편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모습이 아줌마가 화병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기에- 차분한 대처를 해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작가가 되어 있을 테니 써대는 작품들은 찬사를 받고 있을 테고, 멋진 남편에 잘 자란 자식들이 있을 테니 남자한테 실연당한다거나 이별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내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으리라! 믿었고 말이다.


하지만, 오십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서 꿈을 향해 정진하는 모습은 격려라도 받고 응원이라도 받지... 여전히 나는 꿈을 꾸고 있는데, 나의 그 꿈은 때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저리 철이 안 들어서 어쩌냐"

"돈 버는데나 신경 쓰지 쓸데없는 짓 한다"

"젊은 애들이랑 경쟁이 되겠냐?"


이런 얘기가 내 귀에 안 들어오면 좋으련만 꼭 돌아 돌아 내게도 들려서 마음에 상처를 준다. 그리고, 뒤에선 이렇게 말하던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서 웃으며 아직도 꿈을 향해 도전하는 내가 대단하고 부럽다고 하는 가식적인 모습을 봐야만 한다. 그럴 때 나는 그냥 웃는다. 꿈꾸고 그 꿈을 향해 될 때까지 가는 건 내 자유니까. 멋대로 짓거리라지! 하면서...


어른이 되면 걱정하는 것도 나에서 벗어나 지구와 세계평화 정도는 해 주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ㅎㅎㅎ 이런 야무진 생각은 어찌했을까? 그래도 요즘에는 세계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보면서 우리도 곧 전쟁 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 정도는 해 본 듯하다.  

내가 하는 사소한 걱정들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의 괴리에서 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요즘 젤 많이 하는 걱정은 나는 과연 앞으로 무엇으로 나를 먹여 살릴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다.  

어려선 무엇을 직업으로 갖고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 일로 과연 내가, 노인의 나까지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늘 고상한 말투로 우아하게 말하던 친구의 엄마를 보면서 찰지게 욕을 하는 우리 엄마에게 친구엄마가 우리 엄마면 좋겠다고 했다가 그 집 가서 살라고 등짝스메싱 당하며 욕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꼭 친구 엄마처럼 우아하게 말하는 어른이 돼야지! 아마 난 그다지 화 낼 일도 없을 거야!라는 생각과 다르게 늘 사람들 앞에선 웃고 있는 얼굴과 달리 뒤에서 구시렁거리고 있는 날 보게 된다. 화날 일이 가득이고 화를 참아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가슴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은 내가, 어느 날 술이라도 마시면 나를 건드린 누군가에게 테러와 같은 무자비하게 긴 글의 원망을 쏟아낸다. 그 화는 술이 깨면 늘 후회로 남고 부끄러움이 되면서 다음엔 취하지 말아야지 하는 지키지 못할 다짐이 되곤 한다.


나의 오랜 작가로 살고 싶고 좋은 작품을 쓰고 싶은 꿈은 계속 뭔가를 쓰고 있게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 작품의 완성도에 자신이 없어서 공모전을 기웃기웃하며 내 작품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곳을 찾고 있다. 그런 나 자신을 보면서 가끔은 내가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정말 어렸을 땐 이 나이까지 이렇게 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다.

현명한 선생님께선 지금 내가 쓰고 즐거우면 이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인정욕구가 이는 것일까?  


"야! 네 글 재밌더라!"


나는 이 말이 듣고 싶다.

 

남편과 헤어졌을 때 처절하게 이별이란 걸 겪어봤으니까 남자라는 존재는 지겨울 거라 생각했다. 젊어서는 오히려 아이와 살아내기 바빠서 남자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요즘 외롭더라? 그리고, 헤어지고 그리운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별 까짓 거 몇 번을 더 한들 뭐가 아쉽고 슬프겠어! 했지만, 오십에도 여전히 만남은 설레고 헤어짐은 속상하고 슬펐다. 그리고 어린 날의 나보다 더욱 사랑이 받고 싶다고 허우적거리는 여전히 여린 여자라는 걸 알았다.


결국 사람에게 나이라는 건 그냥 좀 일찍 태어나고 늦게 태어난 차이가 아닐까? 성향이지 어느 정도 나이면 어때야 한다는 기준 같은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준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십의 지금 내 모습은 참 나잇값 못 하는 철없는 중년아줌마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이번 생은 망했으니 대충 살다 가자! 가 아니라 이번생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끝까지 나답게 더 열정적으로 꿈꾸고 사랑하고 이뤄내라고 말이다. 또 충분히 사랑받아 마땅한 내게 사랑받을 기회를 주라고 말이다.

나는 앞으로도 누군가에겐 철들지 못하는 어른이로 보이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들 그리고 꿈꾸는 이상과 살펴보고 싶은 이웃들에 대한 나의 소신나의 글에 담아 알리고 나누고 표현하며 살아가겠다.

나를 응원해 주는 독자님들의 사랑에 힘입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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