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야 빠이(bye)

<아이들과 함께 떠난 치앙마이 2주 여행> 12편

by 최성희

빠이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2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태국에서의 마지막 아침이기도 했다. 오후에 치앙마이로 돌아가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간다는 아쉬움보다 이 작은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더 아쉬웠다. 그래서 아이들이 눈을 뜨는 순간, 숙소에서 조식을 먹는 시간, 그리고 그 찰나의 공기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흐르길 바랐다. 그 바람만큼 마음도 발걸음도 여유가 생기고 느려졌다.


빠이에서 아름다운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윤라이 전망대(Yun Lai Viewpoint)’로 향했다. 일출 시간에 움직이면 관광객들도 많고, 아이들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아침을 먹고 천천히 전망대로 향했다. 오전 10시 30분, 전망대는 조용했고 햇살이 따스했다. 고도 770m에서 내려다보는 빠이의 풍경은 탁 트여, 숨조차 시원하게 느껴졌다.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 하나하나가 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치앙마이에 도착한 날 처음 꺼냈던 필름카메라를 들고, 남은 필름으로 마지막 날의 풍경을 담았다. 필름카메라 자체가 초면이었던 아이들은 이제 제법 능숙하게 카메라를 다룬다. 빠이의 전경이 아름답긴 했지만, 사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 전망대였는데 왜 그렇게 그 시간이 좋았을까. 아마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 장소를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네 가족이 서로를 배려했기 때문 아닐까. 2주라는 시간 동안 우리 4명도 낯선 장소에서 함께 지내는 방법을 각자 또는 같이 익혀가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 빠이 시내로 가는 길에 갑자기 강변에 멈추기도 했다. 하천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갑자기 가보고 싶다고 말했고, 운전을 하던 내가 급하게 차를 세웠다. 지금 지나치면 앞으로는 진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남편과 아이들은 평범해 보이는 하천 앞에서 돌을 던지기도 하고 물속에 뭐가 있는지 관찰도 하며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갑자기 차를 세우길 잘했구나 싶다.

점심 먹으러 들린 브런치 카페에서 뜨개질도 하고, 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한 숙소에서 마지막 수영도 해본다. 그리고 반했던 마사지 샾에도 한 번 더 들리기로 했다. 전날에는 차로 이동했었는데 이번에는 혼자서 걸어가 보았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하천 위 다리를 하나 건너면 시내로 갈 수 있었는데, 매번 차를 끌고 다니느라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처음 건너게 되었다.

그때 마주한 빠이의 골목들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천 옆 잔디에 누워있던 여행객들, 길가에 줄지어 피어 있는 능소화를 닮은 주황색 꽃들, 모든 장면들이 특별했다. 유명 관광 명소들도 충분히 좋았지만 빠이의 진짜 매력은 소소한 골목과 마을 중간을 가로지르는 하천에 있는 것 같았다. 이걸 이제서야 깨달았다니 아쉬웠지만, 떠나기 전에라도 마주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762개의 커브길을 타고 치앙마이로 돌아왔고 빠이와는 작별 인사를 했다. 빠이야 빠이(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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