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독서모임인데 육아서는 왜 안 읽으세요?

by 최성희

5년째 이어온 엄마독서모임 ‘오롯이’는 이제 육아서를 읽지 않는다. 육아서만 읽던 모임이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처음 가정보육맘카페에 모임 모집 글을 올렸을 때,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아무 반응도 없는 글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며 조회수와 댓글 수를 확인했다. 코로나로 모두가 조심하던 시기였기에 온라인 모임으로 기획했지만, 혹시나 동네에서 육아 동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거주 지역을 제한했었다. 신청자가 없어 지역 제한을 풀까 고민하던 바로 그때, 용인에 사는 두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 연령대가 달라 모임 참여는 힘들지만 응원한다며 좋은 육아서를 추천해 주신 분도 계셨고, 다른 지역에 살지만 모임 취지가 마음에 들어 꼭 참석하고 싶다는 댓글도 달렸다. 모든 댓글과 쪽지가 격하게 반가웠고, 나의 작은 도전이 응원을 받는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5명의 엄마가 모였다. 용인 엄마 3명, 일산 엄마 1명, 그리고 일산 엄마의 소개로 함께하게 된 전라도 광주 엄마 1명까지. 모두 엄마로서 하는 독서모임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첫 온라인 미팅을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3개월만 해보자”며 시작한 만남은, 6개월을 쉬지 않고 이어졌다. 더 이어가고 싶었지만, 나의 둘째 출산으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 6개월 동안 리더인 나의 열정은 불타올라 매 모임을 정성껏 준비했고, 회원들도 진심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매주 돌아가며 한 명씩 줌 화면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육아가 힘들었던 시간,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던 우리는, 서로를 만나 마음을 열고 전적으로 공감해 주는 그 자리에서 자연스레 감정이 북받쳤다. 다음 날 아침, 간밤의 독서모임에서 노트북 화면을 앞에 두고 질질 짜던 내 모습이 생각나 부끄러움에 이불을 걷어찬 적도 있었다.

서로가 소중해진 우리는 오프라인 만남도 갖기로 했다. 전라도 광주에서 SRT를 타고 동탄까지 올라온 엄마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책으로 만난 인연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게 가능하다니! 그 후로도 ‘오롯이’는 매 기수를 마칠 때마다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있다.


그렇게 오롯이 1기를 마무리하고, 둘째 출산 후 6개월 만에 2기를 모집했다. 이후로는 긴 공백 없이 모임을 꾸준히 이어와, 2025년 5월 현재 11기가 마지막 모임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11기는 육아서를 거의 읽지 않았다. 전부 육아서만 읽었던 1기와는 많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자라고, 우리도 성장했다. 매번 육아서만 읽다 보니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었고, 다른 장르의 책에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가끔 읽는 육아서가 경각심을 주거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는 ‘엄마’라는 역할 안에만 갇혀 있을 수 없었다. 역사, 인문, 철학, 과학, 젠더, 환경, 건강 등 다양하게 주제를 설정해 읽었고, 비문학만 읽어오다가 2024년에는 소설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다. 육아서를 벗어나자 생각의 그릇이 넓어졌고, 더 큰 세상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엄마로 성장하고 있다. 엄마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좋은 엄마’가 되는 법만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법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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