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책이란 걸 좋아하게 됐나요?

<어쩌다 책이란 걸 좋아하게 돼서는>을 읽고

by 최성희

이 책을 읽는 내내 “다들 어떻게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누구나 ‘어쩌다’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았다.


<어쩌다 책이란 걸 좋아하게 돼서는>은 책을 좋아하는 분, 좋아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분,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작가님의 문장이 깔끔해서 술술 읽히고 유쾌해서 미소를 지은 채로 읽게 된다. 나는 결국 앉은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후다닥 다 읽어버렸다. 잘 없는 일이어서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책 읽은 다음 날 인생책숲 산악회 등산 가방에도 이 책을 챙겨 가서 소개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글귀는 책을 왜 구매해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히 고전문학 이야기가 특별했다.


고전문학도 꾸준히 구매해야 하는 책 중 하나죠. 고전문학은 도서관에서 언제라도 대출해서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비치되어 있고, 대출자들도 많지 않은 편인데 굳이 왜 사냐고요? 모르는 말씀. 제게는 딸이 두 명 있어요. 고전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책이니 아이들도 함께 볼 수 있잖아요. 제가 읽었던 책으로 아이들도 읽는다면 너무 멋지지 않을까요? 엄마가 밑줄 쳐둔 문장을 눈으로 읽고, 마음에 담고, 손으로 쓸어도 보며 우리 엄마는 이 문장을 좋아했구나 ‘하고 아련한 기분에 젖을 수도 있겠죠. 고전은 딸들을 위한 선물처럼 구매하곤 합니다. 물론 제가 제일 먼저 읽지만요. (15쪽)


나는 책을 소장하지 않고 최대한 빌려서 읽는 편이다. 그래서 책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독서를 했었는데 위 내용을 읽고 이마를 탁 치게 된 것이다. 좋은 책을 구입해서 밑줄도 치고 생각도 적어가며 읽으면 새롭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아하는 고전은 앞으로 한 권씩 사서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같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로망도 생겼다. (나는 꿈꿨지만 아이들은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안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로망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독서모임 운영을 7년째 해오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책과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과 꼭 친해지고 싶었고, 혼자만의 의지로는 쉽지 않아 고민하다가 “나는 사람을 좋아하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 책임감에라도 책을 읽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20대에 독서모임을 처음 운영하기 시작했다. 결국 책의 매력에 듬뿍 빠져 지금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실 어떻게 책 읽는 사람이 다 착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책 읽는 사람은 알아요. 책 읽는 사람 중에 꽤 괜찮은 사람이 많다는 걸. 높은 확률로 선한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눈길이 가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호감이 생겨요. 책 읽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변명하기 전에 방법을 궁리합니다. 안주하는 대신 나아가려고 애쓰죠. 포기하기보단 다른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내 고집을 피우기 전에 타인이 왜 그런지 알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떻게? 책을 통해서요! (39쪽)


그래서 책 읽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7년 동안 이끌어온 나는 꽤 괜찮은 사람들과 함께해 온 지난날이 무척 행복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독서모임을 할 예정이라 얼마나 괜찮은 인연들과 함께하게 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어쩌다 책이란 걸 좋아하게 돼서는>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 온오프라인 도토리책공방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dotorybookstudio

이렇게 책에 대한 짧은 서평을 작성한 뒤 갑자기 시간이 생겨 책을 만든 도토리책공방에 다녀왔다. 워낙 책방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유독 여유가 없었던 25년 연말에 책방에 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단숨에 책 4권을 고르고 사장님과 스몰토크를 나눈 뒤 책방을 나오는데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책을 가슴팍에 한가득 안고 가게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준 책 4권을 소개한다.


1. 단둘이 북클럽 (변혜진, 연재인)

예전부터 궁금했던 도토리책공방 사장님 책. 엄마와 딸이 함께 고전문학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편지로 주고받은 독서모임 기록이다.


2. 면도날 (서머싯 몸)

내가 운영하는 엄마독서모임 ‘오롯이’는 12월을 고전소설과 함께 보내고 있다. 첫 번째 지정도서가 <달과 6펜스>였고 지난주에 월요반 화요반 모두 독서모임을 마친 상태. 오랜만에 고전소설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역시 믿고 읽는 고전이다. 다음 지정도서인 <면도날>은 구입해서 읽기로 했다. 고전소설은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읽을 수 있도록 소장하기로 했던 결심을 바로 실천할 수 있어서 기뻤다.


3. 마음 빵 상점 (토마쓰리)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림책을 사주면 좋을 것 같아 구입했다. 물론 엄마가 주는 선물임을 명확히 했다.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따로 있으므로. 사장님이 5살 둘째를 위해 추천하며 토마쓰리 작가님을 얘기해 주셨는데 처음 듣는 것 마냥 들었다. 집에 와보니 이미 우리 집에 토마쓰리 그림책이 있다. 다른

책방에서 아이가 직접 골랐던 책이었다. 영혼 없이 읽어주지만 말고 작가도 눈여겨보자고 다짐했다.


4. 1001가지 숨은그림찾기 크리스마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에게 주려고 구입한

책이다. 벌써 아들과 나의 취향은 그 방향성이 많이도 달라졌다. 아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관심이 없다. 7살이 되면서 포켓몬에 푹 빠져있지만 나는 평생에 만화를 본 적이 없으며 그 어떤 캐릭터에게도 마음을 준 적이 없다. 그렇다 보니 이제 아들이 선호해서 고르는 그 모든 것들에 있어 엄마인 나는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첫째를 위한 그림책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는데, 문득 숨은그림찾기를 열심히 했던 어린 나의 모습이 떠올렸다. 이 취향만큼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고른 책이다. 다행히 이 책을 받아 들고 아들이 좋아한다. 앞으로 얼마나 집중해서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1년 내내 가도 좋은 책방이지만, 연말엔 더욱 좋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책방을 찾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방에서 사 온 책 한 권은 이불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읽기를 권한다. 이보다 더 좋은 겨울나기 방법이 또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