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경제독서모임에 참여하다니
나는 한 번도 돈을 삶의 중심에 둔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현대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기계와 공장이 등장하고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이 생겼고, 사회의 중심은 토지와 귀족에서 ‘자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변화는 곧 하나의 집단적 믿음으로 굳어졌다.
돈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안전할 수 있다는 믿음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어떤 사람인가 보다 얼마를 버는지, 무엇을 얼마큼 소유했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자본주의는 분명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발전의 크기만큼 짙은 그림자도 함께 만들어냈다.
내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그림자는 인간이 ‘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은 생산성과 효율, 쓸모로 평가받고, 그 바깥에 있는 가치들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요즘 내 삶에 중요한 가치인 사유나 예술, 돌봄, 느림 같은 것들 말이다. 사람들은 더 나은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생을 벌어야 하고, 더 좋은 집과 더 좋은 스펙을 향해 쉼 없이 경쟁한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는 느슨해졌고,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사회 속에서 개인 단위의 삶으로 흩어졌다.
20대의 나는 사회 체제에 관심이 많았고, 이런저런 공부 끝에 어렵게 내린 결론이 있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풍요롭게 한 면을 인정하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돈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곳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공장의 부품처럼 일하게 되는 기업에는 취업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미련해 보였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삶의 방향을 정하는 엄청난 결심이었다. 그러고는 자본주의 안에서도 다른 가치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업들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청년운동이, 독서모임이, 자연주의 육아가, 환경운동이,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그런 작업의 연장선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돈을 반가워하거나 좋아할 수 없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런 내가, 26년을 시작하는 1월에 엄마경제독서모임 ‘돈독회’에 참여했다. 경제서를 읽고 가계부를 쓰고, 회원들과 줌 미팅을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게 재미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돈 이야기가 재미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사실 시작은 지난 9월이었다. 내가 오래 운영해 온 엄마독서모임 ‘오롯이’에서 처음으로 ‘경제’를 주제로 한 달간 모임을 진행했다. 몇 년 동안 책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돈 이야기는 새로웠다. 초반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사람들은 이렇게나 돈에 관심이 많은데, 나는 왜 그렇지 않을까.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조금 외롭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끝날 무렵, 돈과 조금 친해져 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안 그래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조금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이들까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아이들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 되지는 않을까. 게다가 노후에 준비가 부족해 자식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만큼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생각이 바뀌는 속도보다 행동은 늘 느리다. 갑자기 경제가 좋아지지도, 투자에 흥미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고, 조금씩 기록하고, 천천히 실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모임이 바로 엄마경제독서모임 ‘돈독회’였다. 며칠 전 1기 마지막 줌 미팅이 있었고, 오늘 이 글을 쓰는 날 1기가 마무리된다. 아마 나는 2기도 이어가게 될 것 같다. 돈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돈을 모른 채로 살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경제를 삶의 중심에 두지 않으면서도 외면하지 않는 태도.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단단하게 준비하면서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계속 실천하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