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운동, 그리고 우리가 된 시간

나를 살리려 시작한 운동이 ‘책숲오운완’이 되기까지 (첫 오프라인 모임)

by 최성희

나의 운동은 22년 12월 1일에 시작되었다. 운동 시작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날이 내 삶이 건강해지기 시작한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2021년, 둘째를 낳고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져 내린 시간을 보냈다. 두 아이를 모두 가정보육하겠다는 욕심이 있었고, 첫째에게 주던 사랑 100을 나누지 않고 두 아이에게 각각 100씩 주겠다는 아집도 있었다. 욕심은 체력을 고갈시켰고 아집은 마음을 갉아먹었다.


나는 빠르게 소진됐다. 나를 챙길 여력은 당연히 없었고 그저 하루하루 버틸 뿐이었다. 그렇게 버틴 하루가 끝나면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 아래 맥주 한 캔과 야식으로 밤을 보내는 나날이 잦았다. 원래 살은 실컷 쪄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그 위로 피로와 염증이 쌓였다. 그렇게 면역이 무너졌고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원인불명의 두드러기였다. 목부터 다리까지 울긋불긋 두드러기가 올라와 가려웠고, 밤새 가려움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22년에는 친정엄마 일을 돕고 있었는데, 급한 대로 약을 먹고 두드러기를 진정시켜 출근하곤 했다. 두드러기는 한 달이나 지속되었다.


퇴근 후 4살, 2살을 하원시켜 같이 피부과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타왔다. 기관에 1시간 정도만 더 맡기고 혼자 병원에 다녀왔어도 되는데, 가정보육을 고집하다 일을 하느라 둘째를 일찍 기관에 보내게 된 게 마음에 걸렸고 4살이었던 첫째도 기관에 오래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부랴부랴 퇴근해 1분이라도 빨리 하원을 가곤 했다. 그렇게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두드러기를 없애고자 피부과에 갔던 시간들은 4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봐도 울컥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게 버티던 6개월의 일이 끝난 다음 날이 바로 12월 1일이었다. 일하는 동안 두드러기를 비롯해 다양한 증상들이 몸이 얼마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경고장 같았고, 일이 끝나면 무조건 내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야 내 가족도 건강하게 챙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12월 1일에 무작정 혼자 뒷산에 올랐다. 그날부터 나의 일상은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헬스, 줌바, 등산, 러닝, 요가 등의 운동을 꾸준히 이어갔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먹거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12kg를 감량하고 이후 3년째 운동습관, 식습관, 몸무게 모두를 유지하고 있다. 25년에는 혼자 하는 운동과 건강하게 먹는 실천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졌다. 꾸준히 오래 이어가려니 혼자 하는 것이 외롭기도 했고 25년에는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어 이 모든 것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인생책숲의 ‘책숲오운완’이다. 25년 1년을 꾸준하게 운영하다 보니 매기수 함께하는 메인멤버들이 생겼다. 매일 불타오를 순 없어도, 어떤 날은 바쁘고 어떤 날은 아파도 간단하게라도 운동하고 나누었다. 꾸준하게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엄마들에게는 하루 1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런 시간들을 응원하고 함께하는 운동메이트가 있어서 든든한 1년이었다.


25년이 끝나갈 때쯤, 오랜 회원 중 1명이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온라인으로 만나 꾸준히 인증을 나누어왔으니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이런 회원님들의 제안은 항상 고맙고 소중하다.


그래서 26년 1월 말에 책숲오운완 분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나기로 했다. 아이들과 보내야 하는 귀한 주말을 빼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짧더라도 의미 있는 만남을 기획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원데이클래스를 알아보다가 1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회원님들을 위해 ‘싱잉볼 명상 클래스’를 예약했다. 그전에 만나 인사하며 얼굴도 트고 서로 편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건강하고 맛있어 보이는 수프 집도 찾아놨다.


전국에 사는 분들이 참여한 모임이라 수도권에 사는 분만 모일 수 있었던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5명이 모여 그동안 운동 인증을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도 나누고 싱잉볼 명상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싱잉볼 명상을 몇 번이나 접해봤지만 이렇게 깊은 숙면을 취했던 건 처음이었다. 이후 카페로 이동해 2026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엽서에 작성해서 나누기도 하고, 집에서 가져온 사용하지 않는 운동 용품도 뽑기로 나누어가졌다.


[책숲오운완 첫 오프라인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

1. 나의 2026년 전체 키워드
올해를 어떤 분위기로 살고 싶은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 단어는 무엇인가요?
(예시 : 균형, 회복, 단단함, 가볍게, 꾸준함, 나답게)

2. 2026년 운동 · 건강 목표
성과보다는 내 몸을 더 사랑하고 아끼기 위하여

3. 2026년에 꼭 고치고 싶은 습관 1가지
생활습관도 좋고 운동을 방해하는 습관도 좋아요


건강한 엄마가 되어 건강한 육아를 하고자 부단히 애쓰는 분들께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획했던 오프라인 모임이었다.


그랬기를 바란다.

이 만남이 2026년을 버텨낼 마음의 힘이 되었기를.

그리고 또 누군가의 12월 1일이 시작되었기를.


브런치 수프 가게에서
싱잉볼 원데이 클래스
선물 나누기와 대화프로그램
나의 26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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