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편한 캠핑을 반복하는 이유

우리 가족 네 번째 캠핑이자 두 번째 겨울 캠핑에서

by 최성희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왜 굳이 반복할까.


캠핑은 힘들다. 챙겨야 할 짐 리스트를 쭉 적어두고, 짐을 싸는 것부터 일이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는 핑계로 수많은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캠핑을 미뤄오다가 시작한 거라 나름 짐을 최소화했는데도, 오래되고 작은 우리 차에 짐을 싣는 건 테트리스가 따로 없다. 끼어 넣고 욱여넣은 짐들을 캠핑장에 도착해서 다시 하나하나 내린다. 남편이 텐트를 치기 시작하면 나는 남편을 돕거나 내가 미리 해둘 수 있는 것들을 해놓는다. 아이들은 우리를 도와 함께 텐트를 치는 시늉을 하다가 어느새 둘만의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차라리 아이들이 빠지면 텐트 치기에 속도가 붙는다. 와! 두 번째 우리 집 다 지었다!


첫 캠핑 때 생각보다 불편했던 것 중 하나는 설거지였다. 나도 모르게 식기세척기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릇을 하나하나 씻고 있다니. 짐을 챙기고 텐트를 치는 것까지는 설레고 재밌었고, 밥을 차려 먹는 것도 낭만 있고 좋았는데, 집에서는 버튼 하나로 마무리되는 설거지를 여기서는 이렇게 불편하게 해야 하다니. 그걸 감수할 만큼 캠핑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씻는 것도 할 만은 하지만 불편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캠핑에 열광할까? 그리고 우리 가족도 결국 캠핑의 매력에 왜 빠지고 만 것일까? 각기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는 네 가지를 꼽아보았다.


첫 번째. 우리는 유독 자연을 좋아하는 가족이다.


지구가 좋고 자연과 환경이 좋아 전공도 환경학과, 환경공학인 우리 부부. 남편은 환경운동가로 살고 있고, 나도 도심이나 인공적인 곳에 있는 것보다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우리가 하루 종일 자연 속에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아침 공기를 그대로 마시며 눈을 뜨고, 해가 지는 걸 기다리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그리고 자연 속에서 멍하니 쉴 수 있는 시간들은 우리에게 선물 같았다.


두 번째. 나는 원래 조금 고생한 뒤에 얻는 보람을 좋아한다.


운동도, 등산도, 요가도, 독서도 다 그래서 좋아한다. 과정이 힘들거나 지난한 시간을 거친 뒤에 얻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나를 살아 있게 하곤 한다.


캠핑도 비슷하다. 힘들기 때문에 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고, 우리 가족이 이 공간과 오늘 하루를 직접 만들어냈다는 감각도 얻을 수 있다. 타의에 의해 억지로 감당하는 고생은 스트레스가 되지만, 내가 선택한 수고는 성취감으로 돌아온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또렷해진다.


세 번째. 현실에서 잠시 떨어져 나오는 기분이다.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현실에서는 아등바등 살게 된다. 캠핑은 그런 현실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진짜 쉼을 선물한다.


현실 속에서는 내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주어진다. 보통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큰 집과 많은 재산, 끊임없는 사회생활이나 친목이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작고 얇은 텐트 하나, 그 안에 넣어두는 몇 가지 물건만 있어도 우리는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게 간소화된 곳에 들어앉으면 덩달아 생각도 단순해지고, 멈추지 않고 굴러가던 머릿속도 잠시 쉬어간다.


네 번째. 자연 속에서 놀이꽃을 피우는 아이들


아이들을 최대한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키운다고 해도 결국은 아이들도 일상의 시스템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캠핑을 하며 며칠 동안 자연 안에 있다 보면 아이들은 쉬지 않고 놀이꽃을 피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 가족 넷이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좋다. 눈을 더 자주 마주치고, 더 많이 안아주며 서로에게 집중한다. 여기저기 다니기 바쁜 다른 종류의 여행보다 가족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위에 네 가지 이유에 하나만 더 덧붙이자면, 왠지 전쟁 같은 비상시에도 우리 가족은 이렇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괜한 자신감이 생긴다. 텐트를 척척 치는 남편이 더 든든해 보이고, 나도 평소엔 안 하던 일들을 해내니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텐트 안에 누워 있다. 아직 추운 2월이지만, 캠핑의 꽃이라는 겨울 캠핑의 매력을 조금 더 느껴보고자 우리 가족의 네 번째 캠핑을 떠났기 때문이다.


차가운 바깥공기와 텐트 안의 따뜻한 히터 바람이 섞이는 게 느껴진다. 코끝은 차가운데 이불 안은 따뜻하고 아늑하면서도 밖에 누워 있는 기분이 묘하다. 아무 데서나 잘 자는 편이 아니라 캠핑을 망설이기도 했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캠핑을 할 때마다 평소보다 길게 자는 편이다. 수면의 질까지 보장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민하지 않게 길게 자는 내가 신기하다.


해야 할 일들이 멀어져서일까. 작은 공간 안에 네 사람이 모여 있어서일까. 서로의 숨소리가 가까워서일까.


분명한 건 불편하지만 깊이 쉬고 간다는 것. 작지만 충분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캠핑을 떠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