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한 치앙마이 2주 여행> 프롤로그
한겨울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를 지나 추운 계절을 나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 한 번씩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한 달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심전도에 별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왜 그러는 걸까? 하루 중 증상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근거림의 정도가 커질수록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두 달 반의 긴 겨울방학을 맞이한 2명의 유치원생과 하루 종일 붙어있던 시기였기에 잠깐 시간을 내 병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 보고 언젠가 좋아질 거라 막연하게만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결국 친정엄마가 집에 오셨다. 애들을 봐줄 테니 가까운 내과라도 가보라고 하셨다. ‘갑자기 심장을 붙잡고 길 한복판에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하는 걱정의 마음도 있었기에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지금 확인해 봐야 하는 것 중에 48시간 동안 심장박동을 체크하는 기기를 몸에 달고 심전도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했다. “제가 내일부터 2주 정도 해외여행을 가서요…”라고 하니 의사는 다녀와서 다시 체크해보자고 한다. 당장 심장에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니 괜찮을 거라고 하면서.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병원에 가지 않았다. 2주간의 여행을 마치자 완전히 증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나를 괴롭히던 심장 두근거림 증상을 해결해 준 것은 “아이들과 함께한 치앙마이 2주 여행”이었다. 낯선 곳에 대한 긴장, 새로운 자극과 설렘, 따뜻한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여유로움 등이 강약 강약약으로 나를 자극했다가 이완했고,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나머지 고장 나버리고 말았던 내 심장을 원래대로 복구해 준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기로 하기 전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이 많았고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해 놓고도 큰 기대감이 없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니 다녀오길 백번 천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중반의 부부와 7살, 5살 아이 모두에게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치앙마이에서의 2주간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려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두근거리던 내 심장을 고쳐준 여행에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