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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반숙란 Mar 19. 2024

벤츠 S클래스 정도는 타는 에몬과  오틸리아

뭣이 중헌디



“이제 차를 바꿀 껀데. 벤츠는 S클래스 정도는 타야 안되겠나.”

“예, 이제껏 고생하셨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하세요.”     


곧이어 울리는 오틸라아의 전화      


“니 가씨나야. 니가 아빠 또 부추겼나? S클래스 산다 안카나.

니 지금 우리 형편에 S클래스가 맞는 소린 줄 아나? 하여간 아빠나 딸이나 둘 다 똑같다.”    

  



정답은 알고 있었다. 나는 아는데 둘은 모르는 정답. 아무리 성질을 내고 고집을 부려도 에몬은 결국 하고 싶은 대로 할 거고 오틸리아는 자신의 의견을 묵살해 버린 에몬을 욕할 거다. 그리고 에몬은 말할 거다. “너거 엄마는 뭐든지 안된단다. 뭐든지 반대한다.”          


이쯤 되면 돗자리 깔고 점을 봐도 되겠다. 용하다고 소문이 날지도 모르겠다.

"7월쯤 남편이 안갯속에서 검은색 말을 타고 올 거예요. 근데 그 말이 S등급의 독일 출신 명마예요." 점꾀대로 에몬의 S클래스는 도착했고, 도착 즉시 오틸리아의 차는 압수가 되었다. S클래스의 주차는 간섭을 덜 받는 주차공간이 충분히 확보된 곳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오틸리아의 차는 주차공간을 찜해 놓는 용도로 필요했다. 버젓이 잘 타던 차를 못 타게 되고 불편할 법도 한데 오틸리아는 “우리 형편에, 진짜 스트레스 받는다. 너거 아빠 못 말린다고. 와 저카겠노? 속터진다.“ 욕을 하면서도 차키 달라는 소리 한번 안하고 마을 버스를 타고 잘만 다닌다. 버스는 가마~이 앉아있으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게 이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이럴 때 둘은 찰떡궁합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러던 어느 날, 검은색 S클래스가 맞은편 차량과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충분한 거리가 있었음에도 스크래치라도 날까 겁이 나서 차를 전진도 후진도 하지도 못한 채 눈을 껌뻑껌뻑 하고 있었나 보다. 맞은편 차는 후진하며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하지만 S클래스에게 작은 흠집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에몬은 겁이 났다. 가족들에게는 뻑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풀이를 잘하더니 그놈의 S클래스가 뭔지(자식인 나는 도대체 무슨 클래스냐고 따지고 싶다)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차를 보며 맞은편 차량의 운전자가 머리끝까지 화가 단단히 났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서 다가오며


“아니, 거 아저씨요! 내가 (신발) 차를 빼줬으면 지나가면 되는데, 왜 거기서 가만히 있는교? (신발) 사람 짜증나게 아저씨 뭐 하자는 거예요?”          


오틸라아가 나선다.

“아저씨, 죄송합니더. 그기예 일부러 그카는 게 아니고예, 차를 뽑은 지 얼마 안 돼서  운전이 익숙하지가 못해서 통 움직이지를 못해서 카는 거라예. 진짜 죄송해예...”     


그러자 아저씨는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아니, (신발) 이것도 못 지나갈 거 S 클래스는 왜 타고 다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에몬은 머리에 S클래스를 머리에 이고, 모시고 다니는 것 같다고 하며 출고되자마자 몇천이 감가 돼버린 차를 팔아버렸다.      


고집 씨빠진(고집센) 딸을 때려잡아서라도 버릇을 들이는 게 가정교육이라 생각했던 에몬은 야구방망이, 구두칼, 반찬통 도구를 가리지 않고 자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군대를 가보니 사람은 때리면 말을 듣더라는 극단적인 신념을 가야만과 폭력의 훈육이었다.

자식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는 니 잘되라고 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거기다 한마디 더하면 “시끄럽다 고마” 이 여섯 글자로 윽박질러 질러 자식 입을 막아버리면서, 자식의 상처보다 S클래스에 상처는 그토록 두려운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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