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서로 노답이구나

소개팅 엿듣기

by 냉장고

여기는 상수와 합정 사이 어딘가에 있는 카페

ㄱ자형 바테이블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데 테이블의 다른 변에 암수 한 쌍이 착륙했다

글에 열중하다가 갑자기 그냥 의도치 않게 들렸어

소개팅하는구나



소개팅한다 소개팅한다 예~~~~~

너네가 잘 될 것 같지는 않아 느낌상.

심통 부리는 건 아니고, 별로 안 어울려. 인상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건 사이언스거든.

그리고 저런 소개팅에서나 나올 법한 시답잖은 얘기로 시간을 채워가는 걸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별로 집중하지 않는 게 그냥 느껴진다.

너네는 어? 너네는 몇 번 연락하다가 끊길 거야.

손 잡지 마 팔짱 끼지 마

너네도 깨질 거야.

여자 너무 꼬치꼬치 물어본다. 남자의 전 연애에 대해서. 그러지 말어.

왜 물을까. 묻는다고 해도 왜 저런 식으로 물어볼까. 저 말로 인해서

두 사람을 감싸는 온도가 너무 식고 있잖아.


아씨 봄이 좋냐 가사 보려고 켰는데 노래가 나와버렸어.

내가 봄이 좋냐 듣고 싶어 하는 거 눈치챘을까.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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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 내게 왜 그 영화를 보고 싶냐고 물어봤을까

저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는 얘기는 또 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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