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라봉과 별도봉
고운 비단을 뜻하는 사라봉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제주도에서도 경관이 빼어난 곳을 이르는 영주 10 경이 있는데 이중 제2경에 해당한다. 사라봉은 148m로 높지는 않으나,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제주항, 제주공항과 제주 시내 번화가를 모두 볼 수 있다.
사라봉을 오르는 코스는 3곳이 있다. 사라봉 공영주차장에서 오르는 길은 제주올레 18코스의 일부이며, 입구부터 200여 개 계단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 양옆에는 일제 강점기에 파놓은 방호용 동굴 진지가 있다. 지금은 무너져 내려 폐쇄되었고, 함몰된 곳에 위험표시를 해두었다. 조금 더 오르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전각이 있다. 정상인근 산책로 양옆 바닥에는 밤에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 모양의 둥그런 전등이 10m 정도 설치되어 있다. 바다 방면으로 큰 소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파릇파릇 자라는 솔잎사이로 보이는 낙조가 멋있다.
다음은 사라봉동길을 따라 보림사 방면으로 오를 수 있다. 2차선 아스팔트 길이 사라봉 입구까지 이어진다. 사라봉입구는 오거리이다. 전방은 산지등대와 제주항이 나오고, 우측은 별도봉 산책길이며, 전방과 우측길 사이에는 해안길이 이어진다. 좌측이 사라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서너 명이 함께 갈 수 있을 정도로 널따란 길이다. 구불구불한 산책길을 오르다 보면 우측으로 제주항이 내려다보인다.
마지막으로 사라사(沙羅寺)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승용차로 사라사까지 올라갈 수 있고, 3~5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곳은 뷰가 좋다. 제주항으로 들고나는 커다란 배와 사라봉 등대가 조화를 이룬다. 산지등대는 일반에게도 개방되는데, 맑은 날에는 전라남도 섬까지 볼 수 있다. 이곳에서 200m 정도 걷다 보면 사라봉 입구이다.
사라봉 정상에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팔각정이 있다.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야외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방문객이 쉴 수 있는 나무의자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조선시대 사용된 봉수대도 재현되어 있다. 주민들이 풀어놓은 듯한 토끼들이 뛰어논다.
사라봉 석양은 사봉낙조라 일컬을 정도로 멋있다. 제주항, 제주바다 그리고 오름을 둘러싼 커다란 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아주 멋진 낙조를 만들어 낸다.
맑은 날보다는 구름이 약간 끼어있는 날의 일몰이 일품이다.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온통 빨갛다. 그 속에서 둥그런 해가 바다로 들어간다. 빨강 하늘과 검붉은 바다가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밝은 해가 들어가는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이런 풍경에다 제주공항으로 내리는 비행기가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는다. 하늘은 붉다. 바다에 가까울수록 더욱 붉어진다. 바다는 칠흑같이 어둡다. 그리고 두 경계선이 만나는 곳에 해가 반쯤 걸려있다. 때마침 비행기가 날아든다. 붉은 하늘을 나는 자그마한 비행기가 해를 향해 다가간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이곳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일출도 나름 장관을 이룬다. 제주시 건입동, 삼양동을 너머 한라산 동쪽 중산간지대 오름들 뒤로 아스라이 먼 곳에서 해가 떠오른다. 해가 떠오르는 바다 주변은 온통 붉은빛이다. 육지는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칠흑같이 어둡다. 그 사이로 밝은 해가 떠오른다. 멋있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길이 없다.
사라봉 자락에는 김만덕기념관이 있다. 김만덕은 제주에서는 유명인물이다. 제주에 흉년이 들었을 때 자신의 재산을 털어 제주도민을 구횰했다고 한다. 규모가 작고, 제주도 전통가옥 같아서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별도봉의 별도는 '사람이 맺은 인연을 칼처럼 베어 끊어낸다'라는 의미이다. 옛날 제주에 부임한 관료가 본인의 임무를 마치고, 육지로 갈 때 이별을 고했던 장소라고 해서 별도봉이라고 불리고 있단다. 별도봉과 사라봉은 형제처럼 이어져 있다. 두 오름 사이에 형태만 남아있는 알오름도 있다.
별도봉을 올라가는 길은 2개가 있다. 사라봉 입구에서 우측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사라봉 정수장, 알오름, 별도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산책로가 넓고 완만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사라봉 공원, 제주대 사라캠퍼스, 제주 올레길 18코스, 별도봉 정상으로 이어진다. 정상 인근 300~500m 정도의 산책로가 급경사라서 다소 힘들게 느껴진다. 이 코스에는 일제 강점기 말에 일본군이 연합군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 구축된 동굴 진지가 10개이다. 동굴 진지 대부분은 현재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구를 단단히 막아 두었다. 여기가 동굴 진지라는 안내판이 설치된 것을 보고 알 수 있다.
별도봉은 아기자기한 해안 산책길, 웅장한 해안절경,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아름다운 일출과 한눈에 들어오는 한라산 풍경이 일품이다. 그리고 4.3 사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곤을마을 터가 남아있다.
사라봉에서 별도봉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제주 올레길 18코스이기도 하다. 오름 중턱에 조성된 오솔길이면서 절벽길이기도 하다. 제주항에 정박해 있거나, 화물과 사람을 싣고 드나드는 커다란 배들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밤에는 먼바다에 늘어 선 한치잡이 배들의 밝은 불빛, 제주항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그리고 여러 색깔의 가로등 불빛이 잔잔한 바닷물에 비치는데 그 풍경 도한 멋있다. 이 코스를 걷다 보면 아이를 업은 듯한 바위(애기바위)가 나오고, 봄에는 동백꽃과 벚꽃도 감상할 수 있다.
별도봉에는 일반인도 찾아가 볼 수 있는 해안 절경이 있다. 올레길 18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별도봉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 방향으로 10m, 다시 왼쪽으로 20m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화북포구 방향이고, 왼쪽이 해안 절경을 볼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 300~400m 정도 가면 깎아지른듯한 해안 절경이 나온다. 크기도 웅장하다.
이곳 절벽 아래에는 자그마한 우물터가 남아있다. '제주도 4‧3 사태 때 이곳으로 피난 온 주민들이 떠먹은 우물이었다'라고 안내판에 표기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제주국제항에 정박해 있는 커다란 배를 볼 수 있다. 제주국제항에서 아침에 만날 수 있는 커다란 배는 2개 정도이다. 아침 7시에 부산에서 제주도에 도착하는 검은색 배(SE JU LINE)이다. 다른 하나는 아침 6시 30분경에 목포에서 제주도에 도착하는 주황색 배(SEAWORLD LINE)이다. 해가 뜨기 전 제주항의 가로등 불빛과 주황색 배에서 나오는 불빛이 바다에 일렁이면서 멋있는 광경을 연출한다.
별도봉은 제주에서도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대 사라 캠퍼스 방면에서 별도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 양옆으로 약 100m 정도가 벚꽃 나무이다. 3월 중순(10~20일)부터 한그루 한그루에서 벚꽃이 피기 시작하며, 3월 20일 정도이면 만개한다.
특히, 별도봉 정상에서는 20~30그루의 벚꽃 나무와 일출이 조화를 이룬다. 밝게 떠오르는 해는 벚꽃을 빛내 주는 듯하고, 활짝 핀 벚꽃은 해를 반갑게 맞이하는 듯하다.
산책길에서 별도봉을 바라보면 오름이 온통 벚꽃으로 덮여있다. 제주시내에 위치해 있고, 자그마한 오름이면서 해안절경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제주시내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별도봉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도 나름 멋지다. 아침 해는 삼양동 앞바다와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오름들 사이에서 떠오른다.
벚꽃이 피는 3월에는 오름정상에서 만개한 벚꽃나무줄기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하나의 작품사진 같다.
겨울에는 한라산 중턱에서 해가 떠오른다. 중산간지대 오름이 아주 작은 언덕처럼 보인다.
제주 올레길 18코스인 해안 산책길에서도 붉은 해가 떠오른다. 올레길 방향을 알려주는 기둥에 해가 내려앉았다. 마치 밝은 등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모습 같다. 또 한편으로는
별도봉 산책로에서 만나는 일출풍경도 멋스럽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말라버린 열매가 달려있는 나무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나무에 설치한 가로등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나무에 달린 열매와 같아 보인다.
별도봉 해안절경으로 들어가는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일몰풍경도 멋있다. 해는 제주항 방면으로 진다. 어둠이 시작되어 나뭇가지와 제주항 내 설치물들은 검은빛을 띠는데, 하늘은 여전히 붉다. 그 가운데 밝은 해가 서서히 바다로 진다.
별도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하산 뷰가 좋다. 어스프레 해가 떠오를 시간에는 제주시내 불빛 너머로 한라산 윤곽이 드러난다.
아침이 밝아오면 좌측 조천읍 방면에서 완만한 능선이 이어져 백록담에 이르고, 서귀포 방면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한라산 전체 윤곽이 나타난다.
휴대폰 카메라를 10배로 확대해 보면 한라산 백록담, 어리목 계곡, 영실계곡 등 깊고 높은 한라산 속내가 드러나 보인다.
별도봉에는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곳이 있다. 별도봉의 해안 절경으로 이어진 길과 반대편 길로 들어서면 4.3 유적지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제주시 화북1동)이 나온다. 4.3. 이전에는 안곤을 22 가구, 가운데곤을 17 가구, 밧곤을 28 가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집터만 남아있다. 안내문과 돌담만이 이곳이 당시 집터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