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삼양해수욕장
장소 : 제주시 삼양동 삼양해수욕장 내 검은 모래해변
날짜 : 5월 13일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머릿속엔 오직 하나,
마을 친구들과 신나게 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조차 아까워
어깨에 맨 책가방을 집 마당에 휙 던지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검은 모래 해변을 향해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백사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 손으로는 모래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차곡차곡 쌓아
작은 모래 동굴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로의 동굴을 바라보며
누구의 것이 먼저 무너질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어느 순간 한 아이의 동굴이 와르르 무너지고,
이내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동굴을 만든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으스대며 말한다.
“내 것이 최고지!”
이번엔 백사장에 작은 웅덩이를 판다.
그리고 바다와 이어지는 물길을 만든다.
바닷물이 채워져 들어오면
가장 많은 물을 받아낸 웅덩이의 주인이 또다시 으스댄다.
“봐라, 내 웅덩이가 제일 크다!”
해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장 큰 조개껍데기를 찾는 놀이도 빠지지 않았다.
한참을 뒤져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 손에 쥔 조개껍데기를 자랑하듯 내민다.
그중 가장 큰 조개껍데기를 찾은 아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내가 최고라고!”
그렇게 정신없이 놀다 보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한다.
저녁밥을 지어놓고 기다리다 지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찾으러 해변으로 내려오고,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간다.
모두가 떠난 백사장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추억만이
고요히 고스란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