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관곳
장소 : 제주시 조천읍 관곳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장벽 앞에 선다. 이 장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대보다 먼저 밀려오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이름 모를 두려움과 끝없는 걱정이다.
게다가 오른쪽에는 코끼리 다리만큼이나 두꺼운 기둥이 버티고 서 있고, 왼쪽에는 커다란 성벽과 같은 기둥과 또 다른 바윗덩이가 길을 막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멈춰 서야 할지 망설임이 마음을 꽉 붙든다. 불안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두려움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게 한다. 바윗돌 사이로 동아줄 하나가 아른거린다. 그것은 썩은 줄일까, 아니면 생명을 건네는 마지막 기회일까. 확신은 없고, 망설임만 길어진다.
그러나 또 하나의 장벽이 나타난다. 앞은 캄캄하고, 빛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못 판단했구나.’ 자책이 밀려오고 '차라리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아직, 아주 작은 용기가 남아 있다. 그 마지막 용기를 끌어모아 눈앞을 가로막은 장벽을 넘는다. 그 순간, 시야가 열린다. 드넓은 바다. 오래도록 마음속에서만 꿈꾸어 왔던 바다다. 붉은 태양이 물결 위로 내려앉고 노을은 세상을 가득 채운다.
밝은 햇볕 아래에서 뒤돌아본 장벽은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에 불과했다. 넘지 못할 것 같았던 두려움은 가까이 다가가 보니 빛이 스며들 틈을 가진 것이었다.
살다 보면 이렇게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는 일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을 뛰어넘으면 그 뒤에 어떤 일이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천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