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애월읍 고내리 다락쉼터
장소 :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포구 인근
날짜 : 05.02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신 '포세이돈(포세이돈 큰 바위 얼굴)'마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고내리 바닷가. 붉은 노을이 바다 위에 천천히 내려앉을 때면, 저마다의 사연과 소망을 품은 사람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든다.
친구들과 함께 제주 여행을 온 듯한 젊은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한동안 말을 잃는다. 눈으로만 담아두기엔 너무도 아까운 순간들. 노을빛으로 물든 바다를 바라보다가, 이내 카메라를 들어 그 찰나를 붙잡는다. 찰칵, 찰칵—셔터 소리마다 설렘과 웃음이 노을 속에 스며든다.
아장아장 걸음을 떼는 어린아이의 손을 꼭 잡은 신혼부부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에 바다는 한층 더 부드러워지고, 부부는 앞으로 함께 걸어갈 날들이 오늘의 노을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기를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한편, 해녀상 옆에 홀로 앉아 먼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이도 있다. 육지로 나가 학창시절을 보내고,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잊고 지냈던 고향과 어머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서 주섬주섬 옷만 차려입고 이곳을 찾았다. 그의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잔잔히 떠오른다. 차가운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주셨던 어머니. 한겨울, 얼음보다 더 차가운 바닷속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가 전복을 따시던 그 모습이 그때는 그저 ‘엄마니까 당연한 일’이라 여겨졌었다.
그러나 이제야 알게 된다. 그때 그 바다가 얼마나 차가웠을지, 바닷속에서 물질은 얼마나 고되고 버거웠을지를.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서서 그는 비로소, 말없이 삶을 견뎌온 어머니의 시간을 조심스레 가슴에 안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