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아래 같은 풍경 다른 마음

곽지해변

by Happy LIm

장소 : 애월읍 곽지해변의 끝자락 제주올레길 15-B코스에서 바라본 금성포구 해넘이



붉은 노을이 진하게 내려앉은 바닷가.

어른의 눈에는 하루가 저물어 가는 풍경이다.
지친 빛이 바다에 길게 눕고, 오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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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다르다. 그곳에는 바다와 바람과 바위라는 세 명의 어린아이가 모여 있다.
서로 누가 더 힘이 센지 자랑하며 깔깔 웃고 떠드는 놀이터다.

커다란 바위가 가슴을 펴고 말한다. “난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

어른의 귀에는 쉽게 부서지지 않는 고집처럼 들리지만, 아이의 귀에는 자신감 넘치는 친구의 외침일 뿐이다.


바람과 바다가 발끈한다. “아니야!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너보다 훨씬 더 세거든!”

어른은 그 말속에서 연대와 경쟁을 떠올리지만,
아이는 단지 “그럼 해보자!”는 신나는 제안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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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웃으며 말한다. “그럼 한번 덤벼봐!”

그래서 바람은 수평선 너머에서 살며시 달려오고, 바다는 그 바람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춤은 곧 파도가 되어 빠르게, 신나게 바위를 향해 달려간다.

"철썩!!!, 철썩!!!." 파도는 바위에 부딪히고, 바위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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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여기서 시간의 무게를 본다. 아무리 부딪혀도 당장 변하지 않는 현실, 결과 없는 반복.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또 한 번. 지는 게 아니라 계속 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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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항구의 해는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어른에게 해는 하루의 끝이지만,

아이에게는 놀이를 지켜보는 조용한 관객이다.

매일 반복되는 싸움 같지, 어른의 삶과 달리 아이들의 세계에는 지침도, 실망도 없다.

바다와 바람과 바위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놀기 위해 오늘도 같은 자리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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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그 풍경을 지나치며, “변하는 건 없구나”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자란다.

일상이란, 어른에게는 견뎌야 할 시간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자체로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놀이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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