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고동과 아침햇살

제주항

by Happy LIm


제주항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나의 도시처럼 거대한 여객선이 되어 깊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뱃고동을 울린다. 웅~~~ 웅~~~ 웅~~~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는 잠들어 있던 바다를 깨우고, 파도 위에 부서지며 제주바다 곳곳으로 번져 나간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부두에는 지난밤 꺼두었던 등불들이 하루의 시작을 분주하게 시작하려는 듯 하나 둘 빛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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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먼 여행길을 준비하는 손님을 실은 여객선은 부산과 목포를 향해 출항을 준비한다. 여행에 익숙한 이는 아직 잠에 취한 듯 연이어 하품을 내뿜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육지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에게는 설렘이 앞선 듯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부두 위에 겹겹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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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커다란 화물선이 선적을 시작한다. 제주의 햇살을 머금은 감귤 상자들이 차곡차곡 실리고, 제주 바다의 싱그러움을 담은 은빛 갈치도 배에 오른다. 그것들은 몇 시간 후 서울의 가락시장과 전국의 크고 작은 시장으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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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에서는 밤새 먼바다에서 각종 물고기를 낚던 어선들이 잔잔한 물살을 헤치며 하나둘 제주항으로 돌아온다. 어부들의 거칠어진 손, 소금기 밴 옷자락, 그리고 묵묵한 얼굴 위에 “만선이오.”라는 짧은 한마디에 작은 미소로 바뀐다. 그 속엔 파도와 싸운 시간과 가족을 향한 마음이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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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제주항에 아침이 환하게 밝아온다. 생선 공판장 문이 활짝 열리고, 경매인들의 힘찬 목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빠르게 오가는 손짓과 숫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걸음 속에서 공판장에 가득했던 생선들이 하나둘 주인을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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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던 제주항은 사람들의 숨결이 모여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심장이 된다. 그리고 이런 모든 풍경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존재가 있다. 한라산이다. 밤새 어둠에 가려 형상만 우뚝 솟아있던 산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제주항과 제주바다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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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출항과 귀항, 기다림과 만남, 땀과 웃음을 조용히 품은 채, 그렇게 제주항의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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