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날씨 즐기기

by 해피피존

대한민국에 살면서 안부 인사를 물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제 중 하나가 날씨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메신저로 대화를 할 때, 거긴 날씨 어때? 오늘 많이 덥죠? 슬슬 추워지내요와 같이 날씨와 관련된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 또한 대화를 시작할 때 날씨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온 뒤로 이 모든게 무의미해졌다.

부모님과 메세지를 주고 받거나 통화를 하면 부모께서는 나에게 날씨가 어떤지 자주 물으신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덥다고 답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는 새로운 대답을 해야 한다는, 정확히 말하면 싱가포르의 날씨에도 변화가 있음을 대답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혹은 날씨를 물어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내용들을 말해주면 좋을지를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려 한다.


1. 땀 흘리는 것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싱가포르는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다. 건기와 우기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습도가 높은 편이다. 땀을 흘리는 것을 피하고자 하면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다. 포기해라. 땀을 흘리면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갈라지지 않는다.


2. 오후 2시쯤 콘도에 있는 수영장으로 가서 썬베드 (천장이 있는)에 누워서 책을 보자. 마실 물도 챙겨가서 목도 같이 축이자. 책을 보다가 질리면 핸드폰도 좀 보다보면 더워질 것이다. 그러면 그 때 수영장에 들어가라. 그러면 그게 행복이다.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데 비가 주룩주룩 온다면 그것 또한 행복이다. 자연에서 수영하는 느낌이랑 비슷할 것이다.


3. 엄청나게 덥지 않다면 집 베란다와 창문을 열고, 천장 Fan을 틀어놓고, 리클라이너 소파에 누워있자. 누워서 책을 보다가 잠이 들고, 자다가 일어나서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다시 누우면 그게 행복이다. 더워서 땀이 좀 날 수 있다. 그 때 에어컨을 틀자. 에어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조금 시원해지면 다시 창문을 열자. 그러면 가장 더운 시간은 지나있을 것이고, 그 때 바람이 불면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름 좋다.


4. 가끔은 정말 한국의 봄이나 가을 날씨처럼 시원할 때가 있다. 특히 비가 온 이후에 기온이 조금 내려가면서 굉장히 시원할 때가 있다. 가끔 찾아와주는 이런 날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럴 때는 가끔 한국의 봄/가을 날씨가 그리울 때가 있지만, 한국도 그런 날씨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하니 정신 승리하면서 날씨를 즐겨본다.


5. 날씨가 정말 덥지만 여기는 열대야가 없다. 밤이 되면 나름 기온이 조금 떨어지고 가끔 창문을 열어놓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콘도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창문을 열어도 곤충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잠에 들면 휴양지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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