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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글쓰기는 생각을 전개하는 도구

by 행복한 시지프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재료를 찾았다고 하자. 재료를 구했다고 하여 저절로 요리가 완성되지 않는다. 재료를 해체하고 조합하고 변형시켜 요리를 완성해야 한다. 이처럼 재료를 요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글쓰기”이다.


글쓰기란 어떤 작업인가? 나는 글쓰기를, 생각을 전개하는 도구로 정의한다. 글쓰기는 복잡한 생각을 해체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식과 관념들이 글쓰기를 통해서 명확히 정리되고 개념에 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글쓰기라는 키워드가 갑작스레 느껴질 수 있다.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비유를 들어보겠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우리는 무언가 쓰지 않고 암산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무언가 써야만 문제를 풀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요구하니, 단계별로 식을 전개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것이다. 쓴다는 것은 사고를 전개하는 일이다. 글쓰기도 똑같다. 일상에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상황에 화가 났는가? 나는 왜 도전을 두려워하는가? 왜 이 일이 즐거웠을까? 이런 생각들은 오히려 수학 문제보다 훨씬 어렵다. 이런 문제들은 단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렵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글을 꾸준히 써왔다. 생각이 너무 복잡하여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인이 되고 광활한 세계에 홀로 던져졌고, 무수히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이지? 인생을 잘 살아내야 할까?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써 내려갔다. 매일 고민하면서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꽤 명확히 내 삶을 이해하고 있다. 고민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았다. A4 용지 한 장과 펜 한 자루를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날들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완벽한 글을 쓸 필요는 없다. 꼭 완성된 글 형태가 아니어도 된다. 단지 일기의 형태여도 좋다. 여러 생각 조각을 명문화하고 연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형태에 신경을 쓰다 보면, 글을 쓰기가 싫어진다. 단지 내 생각을 표출한다고 생각하자. 하나의 주제를 잡고, 생각나는 모든 것을 써보고, 정리해 보자. 그러다 보면 분명히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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