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뜨거운 여름, 몽골의 고비(Gobi) 지역을 6일간 여행하고 돌아왔다. 몽골로 떠나기로 한 이유 중 큰 부분은 광활한 자연이었다. 끝이 없는 초원, 지평선, 눈앞에서 시작하여 반구 전체를 뒤덮는 별, 은하수 등이 나를 끌어당겼다. 내가 몽골에 대해 예측한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의도적으로 여행 갈 도시를 사전에 조사하지 않는 터라, 정보는 그뿐이었다. 몽골에 도착하고 나서 깨달았다. 단지 자연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게 달랐다. 한국에서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나라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같았다. 특히 유목민의 생활 양식이 그랬다.
나는 기술의 최전선인 IT 산업에 종사 중인 데 반해, 몽골 유목민은 여전히 천 년 전과 거의 동일한 생활을 하고 있다. 유목(遊牧)은 떠돌아다니며, 가축을 기르는 생활 양식을 의미한다. 반대말은 정착이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유목이 아니라 정착 생활을 했다. 이는 지정학적 차이에서 기인했다. 강수량이 적고, 산이 높은 지대는 땅이 척박하여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풀만 자랄 뿐이고, 가축을 키울 수는 있으나 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 자연스레 가축이 삶의 동반자가 된다. 가축이 먹을 풀이 없거나, 가축이 살아갈 기온이 맞지 않으면 터전을 이동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일 년에 4회, 대이동을 거친다. 유목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터전을 계속 옮기고 다닌다는 사실은, 몽골을 경험하고서야 느낄 수 있었다. 정착민인 우리로서는 믿을 수 없는 생활 양식이었다. 인간이 철새와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이런 지정학적 차이는 따라오는 모든 차이를 낳았다. 자연을 경작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또는 자연에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먹이사슬 피라미드 최상위에 존재하는 한 가지 동물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말, 양, 낙타, 염소, 소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간다. 목축을 해야 하는지라, 인구밀도가 굉장히 낮다. 개체밀도의 높고 낮음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생존과 번식을 추구하는 유전자엔 적절한 밀도가 중요하다. 높은 인구밀도는 발전을 낳는 대신, 반대급부로 비교와 경쟁을 가져다준다. 인구밀도가 낮은 경우는 그 반대로 작용한다. 인구밀도가 낮고, 모두가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부족 간 싸울 일이 없다. 그러니 정치적 공동체가 필요하지 않다. 법이나 조세를 명문화할 필요가 없으니, 문자를 기반으로 한 공부/시험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유년기부터 학업에 충실하기보다, 가업을 돕게 된다. 내가 몽골에서 경험한 서비스업들도 많은 경우 미성년자가 일을 돕고 있었다. 15살 아이가 말을 관리하고 있었고, 8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식당 청소를 담당했다.
끝없는 초원과 별을 보러 갔으나, 많은 생각이 피어올랐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생각이며 배움이었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 교과서에서 배운 스텝(steppe) 기후니, 유목 민족의 특징이니, 그런 것을 배운다 한들 깊이 다가오지 않는다.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역시나 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접할 기회이며, 그것은 새로운 생각을 낳고,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고,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든다. 몽골은 나에게 지금의 삶과 전혀 다른 삶의 형태를 알려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세계가 전부인 줄 안다. 대부분의 상식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지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즉, 공동체 내에서 만들어진 상식에 불과한 것이다. 다른 형태의 상식이 상상 가능하고, 그렇게 행동하길 선택하고, 존중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은 어쩌면 다른 상식을 향유하는 것이며, 개인이 더욱이 개인이 되도록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