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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Dec 19. 2023

밤 12시에 눈싸움

눈 내리던 날 아빠의 늦은 퇴근

오랜만에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토요일 밤이었고 오랜만에 내린 눈으로 퇴근이 늦어지는 아빠를 기다린다.

신정을 준비하며 사골을 자주 끓이는 아빠는 이날도 사골을 끓이다가 늦어졌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눈도 왔고 아빠와 놀고 싶은 아이들은 아빠를 마중 나갔다.


아빠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봉지.

그 안에는 장화와 어릴 적 놀던 비료포대 대신의 커다랗고 두툼판 비닐봉지를 들고 와서는 아이들에게 건넨다.

집에서 썰매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하데고 아이들이 썰매처럼 탈 수 있도록 준비해 준 것이다.

비탈진곳이 많이 없어서 우연히 찾은 야트막한  샛길에서도 신나게 논다.

비닐포대 안에 박스를 넣고 최대한 아프지 않도록 하고서는 그 길에 눈을 뿌리고는 돌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모두 신나게 놀았다. 미끄러지듯 내려와서 드러눕기도 하고.

몇 번씩이나 타더니 정말 즐거워했다. 이래서 아빠인가. 싶다. 아들은 아빠와 노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러더니 아빠와 눈싸움을 시작하고 제법 크게 눈덩이를 뭉쳐서 싸운다.

나는 사진 찍느라 바쁘고 춥고, 이제 그만 가자고 해보지만 아빠와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새벽 2시가 지나서야 잠이 들었던 이날은

오랜만에 아빠와 눈놀이도 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같이 씻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장난도 치면서 잠들었다.


사춘기와 2차 성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큰 아이와 마찰이 잦았던 요즘.

이제는 좀 한걸음 뒤에 물러나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니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사소한 문제들이 있기는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빠들을 응원하며.

나도 토닥토닥해줘야지.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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