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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Dec 22. 2023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

그리고 내 속이야기를 잘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이 끝나고 그다음 날이었던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1학년에 있다가 없어진 것 같은데.

그 첫 수업에 아이들이 서로 서먹하게 이야기도 안 하고 조용히 있는 것을 보고는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도 누가 말 걸어주면 말 잘하는데, 하고 기다리지 말고 먼저 말 걸어봐"라고.

그때 순간, 아 그러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금방 확 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내성적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전혀 믿지 않는다, 먼저 말하기도 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말거리 주제를 먼저 이야기한다던가 질문을 한다던가 하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먼저 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은 그랬다. 조용했고, 있는 듯 없는 듯 한 문제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 겉모습은 일단 모범생이었기에.


고등학교 교련선생님의 그 말씀을 듣고, 

그리고 그 해에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인정받고 어떤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앞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일이 많아졌다.

청년시절 선교단체 활동을 하면서 큐티를 하거나 묵상 나눔, 기도제목등을 나누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자리에 조금씩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먼저 나를 오픈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그랬었는데, 그렇게 나누었던 이야기가 나의 단점으로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비쳐 돌아오게 되는 일들을 겪으면서 

'아, 다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구나, 선을 지켜야겠다.'라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정말, 속 깊은 이야기를 할 곳은 적어졌다.

물론 가끔 일부러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밖으로 돌아도, 내가 다시 들어도 타격감이 적겠다. 하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렇게 내 속 이야기를 했던 것은 그 사람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는데 

상처가 되는 일들이 생기다 보니 이젠 사람을 쉽사리 믿지도 않거나와 말도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도 없고, 또 일부러 나쁜 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한때 별명이 "거미줄인맥"이었다. 정말 한 두 사람 건너면 아는 사람이 꼭 있는.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는 있지만, 달라지긴 했다. 좀 씁쓸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게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니까.

내가 다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다고 나만 중요하다는 것 은 아니니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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