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도
어릴 적 살던 집은 주택이었다.
소위 단칸방이라고 말했던 집부터 석유곤로를 이용했던 시절도 있었고, 목욕물을 데워서
빨간 고무대야에 물을 부어 때를 불려 가면서 목욕했던 때도 있었다.
화장살은 푸세식이라고 하면 아는지,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던 터라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유독 무서웠었던, 동생들을 부르거나 불을 환하게 켜놓고 사용하던가, 그 밤에 화장실 갈까 봐 방 한구석에 거실이라 불리는 한 귀퉁이에 요강을 사용했었던 적도 있었다.
요강이라고 하니까 진짜 아주아주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아. 40년 전쯤 되는 거니까 아주 오래전일수도.
그때는 양변기도 부러웠고, 좌변기가 있는 곳은 정말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욕조였다. 집에 욕조라고? 집에서 목욕을 한다고? 목욕탕을 가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그때는 충격! 놀람 그 자체였다.
아파트가 많이 없던 시절, 빌라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친구들 중에 빌라에 사는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 좌변기, 그리고 욕조가 신기하고 부러웠었다.
그리고 세상 부러웠던 것은 거품목욕! 지금도 이것은 좀 부럽지만 하는 것은 또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아파트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거품목욕을 시켜줬다.
그래도 아이들의 피부에 해롭지 않은 것으로 물감놀이를 하면서 거품목욕까지.
그림도 그리면서 샤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그 시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목욕이 즐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이제 중학생,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이들이지만 가끔씩 거품목욕을 하는 것 같다.
바디샤워젤이 팍 팍 없어지는 것을 보면, 사실 좀 아깝긴 하고 잔소리도 하긴 하지만,
그래 즐거운 추억의 대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일 테니.
할 것도 아닌데 늘 바디샵을 가면 거품목욕 할 수 있는 제품을 기웃거린다.
실상 너무 비싸지 사지 못하지만, 언젠가 맘 편히 거품목욕 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
#글로성자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