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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Feb 25. 2024

제자의 결혼식

중3이었던 아이들이 서른세 살이 되었다.

이십 대의 후반, 스물일곱여덟 정도였던 거 같다.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섬겼던 시절, 우리 반 아이들은 중3이었다.

한참 비전트립을 다녀오고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던 터라서 공과공부시간에는 성경공부도 했지만

꿈 많은 소녀들의 호기심 잔치가 시작되기도 했었다. 비전트립 다녀온 이야기부터 해서 그 시절 늘 강조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 너희들 배우자를 위한 기도 꼭 해야 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조목조목 적어두면서 마지막에는 꼭 그 사람과 어울릴만한 좋은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 " 라며 정말 이야기 많이 했었다.

아이들의 기도제목은 "우리 선생님 시집가게 해 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었던 거 같다.


귀엽고 예뻤던 꿈 많은 소녀들이 고3이 되던 해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이 낳기 전에 아이들을 초대해서 

스파게티도 만들어주고, 첫째를 낳았을 때도 불렀던 기억이 난다.

둘째가 어느 정도 컸을 때도 불러서 같이 밥 먹기도 했던 거 같은데, 어느새 아이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고맙게도 그때 번호를 바꾸지 않아서 톡을 만들어서 일 년에 한두 번쯤은 안부인사를 물었고, 그렇게 하나둘씩 결혼소식을 접하게 되었었다.


한 번은,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자기가 선택을 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고민을 털어놓았었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불안했었던 모양이다. 이미 결정이 다 된 것이고 네가 기도하면서 잘 준비하고 있는 거니까 하나님이 인도하심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그렇게 연락해 주는 친구 들어 너무 고마웠다. 타지에서 결혼을 하게 되어서 가보지 못했었는데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내가 있는 곳에서 결혼을 하게 되어 주말에 다녀왔다!


세상에, 서른세 살이라니!

그 시절 만났었던 몇명의 청년들도, 그리고 꼬마였던 아이들이 이십대, 삼심대가 되었다.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것이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결혼예배! 말씀과 함께 이어진 축가는 또 정말 감동이었다. 나의 결혼식도 생각이 나고, 이 모든 시간들이 정말 감사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열여섯 같은데!! "선생님! 선생님도 그대로예요! " 

"선생님, 그때 선생님이 우리에게 해주었던 모든 게 그냥 당연한 줄 알았어요!" 라며 이야기를 한다.

막상 본인이 교사로 섬기면서 보니까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주었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느냐며 이야기를 한다. 내가 그랬었나? 싶은데 그저 아이들이 좋았고, 그 아이들이 하나님을 정말 만나고 신앙으로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고!  

다른걸 다 떠나서 아이들이 기억하는 건 열여섯이었던 자기들에게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하라고 했던 게 제일 기억난다면서 지금의 남편도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렇게 헤어지는 시간까지 우리는 추억 속에 잠겼었다.


헤어진 후 톡방에서 다시 이야기 나누면서,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고.

우리 할머니 돼서도 만나자!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그러고 싶다! 


모두 건강하게! 행복하게! 믿음도 잘 지키며 살아가길 기도한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야, 너 선생님이 천직인가 보다!"라고.

주일학교 선생님을 다시 해야 할 때가 다가오나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제자의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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