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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Feb 28. 2024

아빠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아빠니까

어릴 적 아빠에 대한 기억은 거의 타지에 계셨기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그저 우리들 생일이 될 때면 케이크를 사가지고 오셨는데, 알록달록한 예쁜 포장지에 리본이 묶인.

그 당시는 케이크가 생크림보다 거의 버터크림 케이크에다가 꽃모양, 꽃잎모양도 설탕과자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일 년에 몇 번 생일에만 먹을 수 있다 보니 꽤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다.


아빠는 포클레인 운전을 하셔서 지방으로 출장을 자주 다니셨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고

중학교 2학년에 되던 해 설날에 교통사고가 났다. 딸 셋에 아들하나였던 우리 집에. 

아빠가 설 명절날 친척오빠가 운전하던 차에 막내 남동생을 무릎에 앉혀서 가셨는데 그쪽으로 차가 박혔단다.


전화가 왔다. 아빠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교통사고가 났으니 엄마에게 이야기하라고, 정말 실감이 안 났다.

아빠는 가슴뼈에 금이 갔고 남동생은 중환자실에 있다고 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부리나케 외할머니가 오셨고 며칠간 외할머니가 밥을 해주셨다. 

그리고 3-4일 후에 그렇게 막냇동생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중2였고, 남동생은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던 해였다.

장례식장에는 엄마가, 그리고 나는 간간히 왔다 갔다 했고 동생들은 어렸기에 집에 있었다.

장례가 끝나고 물건을 정리하는 그 와중에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참 이상했다. 사고 나기 전날 정말 우리는 재미있게 놀았었기 때문에 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행복하게 전날을 보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그 사고 이후로 아빠는 일을 하지 않으셨다. 치료도 받으셔야 했었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집에서 부딪히는 시간이 많았다. 엄마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셨고 집에는 거의 아빠가 계셨는데

아빠에 대한 환상 이 깨졌다. 

자꾸 사고를 치는 것만 같고 엄마만 힘들게 하는 사람, 일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일을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한참이 지나고 난 후에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빠가 앉고 있다가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었기에 그렇게 죄책감이 심했다는 것을.

전혀 말씀하지 않는 분이셨기에,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것만 하셨다. TV는 항상 켜져 있었고, 병원비 명목하에 항상 엄마의 카드를 쓰시면서 드시고 싶은 것들 사서 드셨다.

한 번은 카드가 정지가 돼서 사용을 못하게 되었는데 그때 "30만 원이 없어서 카드값을 못 냈다는 게 말이 되니? "라고 하시길래 "그럼 아빠가 내요"라고.

아빠는 소소하게 주식을 하고 계셨는데 정말, 아침부터 주식장 닫힐 때까지 주식을 보신다.

컴퓨터로 보시는데 컴퓨터 인터넷이 안되거나 컴퓨터가 안 되는 날에는 난리가 난다.

나도 전문가가 아닌데,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해본다. 매년 인증서 갱신할 때도 가야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 이거라도 하는 게 어디야 싶은데.


자꾸 고물을 주어와서 집 마당에 잔뜩 쌓아놓으신다.

물론 소일거리라며 쇠붙이 종이 등을 분류해서 파신다. 엄마는 그런 걸 보는 걸 힘들어하셨다. 무척 깔끔하신 성격이시기 때문에 그리고 자꾸 쪼그려 앉아서 뭔가를 하다 보니 몸이 아프거나, 또 이상한 걸 만지셨는지 피부병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셨다. 그럼에도 아빠는 계속하신다.


결혼하기 전날에도 아빠는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장협착이 되서였다.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마치 진짜 아픈 건지 어떤지 모르게 그저 그 모든 것이 엄살 같아 보이는 순간이 많았다.

아파도 끙끙거리기만 하지 병원에 가자고 하면 안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 정말 아픈 건 아닌가 보구나 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실 테니까.


여전하시지만, 한때는 너무나 미웠고 한때는 안쓰럽고 그랬는데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되지 않는다. 그저 아빠니까 감사할 뿐이지만, 


있을 때 잘하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나중에 후회할까? 잘 모르겠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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