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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Mar 05. 2024

가끔은 나도

햇살 좋은 날에 빨랫줄에 널리고 싶다

널따란 옥상에 누구랄 것도 없이 각자 저마다의 모습이 걸려있다.

넓고 깨끗해진 하얀색의 빨래이거나, 담요이거나, 지금 막 빨래를 해서 가져온 아직은 물기를 한가득 머금은

짜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어서 마르기를 기다리는 모습들.


오랜만에 바라보는 풍경에서 왠지 모를 낯섦과 동질감이 함께 느껴진다.


가끔은 나도 빨래이고 싶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물에 담가지고 싶기도 하고, 축축이 적셔진 내 모습을 누군가가 쭈욱 짜주고, 햇살 좋은 날에 널따란 빨랫줄에 탁탁 털어서

구김살 가지 않도록 탁탁 펴서 널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릴 적 커다란 고무대야에 들어가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리고 첨벙첨벙 물놀이하듯 이불빨래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눗물이 미끌거리는 그 감촉조차 즐거웠던 그때가. 

지금은 커다랗고 무거운 이불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 당시엔 목화솜이 좋다며 덮으면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이불을 사용했었다. 물론 숨이 막히진 않았지만, 목화솜이불을 덮을 때면 적당한 무게감이 나를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아서 좋기도 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물론 맑은 날이 더 좋지만

빨래는 미루면 나중에 더 힘들어지니까 그때 그때 적당량의 빨래를 해서 널고, 

맑은 햇살에 바짝 마르지 않더라도 적당한 바람과 함께 다른 빨래들과 함께 때론 나풀나풀거리거나

때론 펄럭거리거나 그러면서 젖는 몸이 서서히 말라가면, 내 마음의 말라야 하는 부분들도 어느새 

안 마를 것 같은 부분도 어느새 말라버려 흔적이 조금씩 사라진다면 

물속에 들어가 마구 비벼지는 그 순간이라도 기다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래도 빨래는 흐린 날보다는 맑은 날에 해야 제맛이긴 하다.

맑은 날, 나도 내 마음을 꺼내어 좀 널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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