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산책 Mar 06. 2024

나의 장례식

그날은 어떨까

멋있게 자란 아이들 옆에 고운 모습의 며느리와 또 그 옆에 아들들의 모습을 똑 닮은

손녀 손주가 함께 서 있다.  슬프지만 너무 슬프지 않게, 함께 예배드리며 또 찬양하며 그렇게 우리 부부의 장례식이 진행이 되고 있다.


평소 이야기했던 것처럼 장례식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그간의 있었던 추억들의 사진들을 전시해 주어 다시 한번 기억하며 가슴에 꾹 꾹 담아본다.

남편이 먼저 혹은 내가 먼저 둘 중 어느 하나가 먼저 이 땅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천국으로 또 다른 여행을 가게 되어서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천국으로 가고 있으니 행복한 여행길이다.


충분히 건강하게, 충분히 행복하게, 마지막 가는 그 순간까지 찬양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더군다나 외롭지 않게, 우리 부부가 함께라서 더없이 행복한 여정이 될 것 같다.

처음 뱃속에 아이를 품었던 일, 첫걸음마, 엄마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을 먼저 했던 첫째의 그 순간.

한없이 맑게 웃었던 둘째의 웃음소리, 갑자기 열 경련이 나서 몇 번이나 응급실을 가고,

또 그것을 지켜보았을 때 얼마나 놀랐었는지, 파리해지는 너를 바라보며 엄마의 가슴이 철렁했던 그 순간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많이 사랑한다고 했는데 사랑보다 더 많이 혼낸 것도 같고,

더 많이 안아줘야지 했었는데 더 많이 그렇질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함이 남는다.


그래도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예배드리며 함께 찬양했던 그 순간들은 행복한 조각으로 가슴에 남는다.

외할머니 외 할이버지도 천국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

작디작았던 씨앗이었던 우리는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너희의 그늘이 되어주었고

너희도 또 그렇게 그늘이 되어주고 그러고 나면 만나게 되겠지.

지금은 잠시 헤어짐이지만, 훗날 너희들도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너무 빨리 오지 말라고 기도하며

우리 함께 두 손 마주 잡고 길을 떠난다. 희미했던 빛이 밝은 빛으로 바뀌며 어서 오라 한다.

밝은 빛 속에서 함께 만날 날을 기대하며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장례식



작가의 이전글 가끔은 나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