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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May 08. 2024

열네 살의 어버이날

14살 큰아이의 아침밥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오늘 이렇게 싸우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일찍 출근하시는 아빠에게 아침밥 차려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


라는 나의 말을 기억하고는, 밤늦게까지 꾸중을 들어놓고서도.

이른 새벽 알람소리에 잠을 깨어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났다.

정말 피곤해서 곯아떨어지지 않는다면 대체로 소리를 듣고 깨는 편인데, 일부러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그 화가 다 가라앉지 않았기도 했지만, 혼자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였다.

무얼 하는지 프라이팬에 뭔가를 볶기도 하고 냉장고를 몇 번씩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테이블 위에 수저, 젓가락, 물까지 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다시 불을 끄고 방에 들어갔다.

그때가 6시 좀 넘었을 때였던 거 같다.


다시 7시.

더 늦게 일어날까도 생각했지만, 아빠가 늦으면 안 되니까 일단 아빠를 깨우고.

00가 아침밥을 준비해 놓았다고. 의자에 앉더니 사진은 찍었냐며! 묻는다.

사진 찍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기에!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저녁시간.

둘째 아이가 저녁은 본인이 해주겠다고 하더니만, 나와 말다툼을 해버려서 또 한참 동안 냉전이었다가 밥을 같이 먹으면서 풀어졌다. 그래도 참 감사한 건, 첫째나 둘째나 잘못을 하고는 나중에는 꼭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인 내가 사과를 잘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러면서 나도 배워간다.

때로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그건 엄마가 잘못한 거 같다고 이야기할 때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어른도 잘못할 수 있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기에 애써 행동하려 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춘기도 함께 커져가고

큰아이의 사춘기가 조금 꺾이는 듯하더니 이제 5학년 아이가 치고 올라오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랬다. 그러면 엄마도 이제 갱년기야!라고 이야기하라고! 아직 나는 갱년기 아닌데 

그래도 이야기하는 게 나으려나?


양가부모님 댁엔 주말에 다 다녀오고.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우리가, 또 아이들이, 우리 가족이 되길 바라며

나도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더 잘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렇게 열네 번째 아이의 어버이날이 지나간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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