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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Aug 28. 2023

적을 두지 말자

인간관계 정리의 어려움

적을 두지 말자. 

그래서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두루두루 좋게 좋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어쩌면 "착한 이 콤플렉스"가 한몫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착한 아이에 대한 말을 많이 듣고 자랐고,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착한 아이! 에 대한 틀에 갇혀 내가 스스로 내 의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의 감정을 더 고려하며 살았던 것 같다.

배려심 좋은 사람이라는 말로 어쩌면 얽매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몇 해 전 팀의 리더로 있을 때 어린 친구와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좀 더 기다려보자 라는 마음으로 있었고, 그 친구는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그 친구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가 다시 나에게 전해졌다. 엄마에게 그래 딸이니까 엄마한테 투정을 부릴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했다는 것이, 그 이야기를 정작 본인에게서 들은 것이 아닌

또 다른 사람에게 제삼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내게 이야기를 했던 것이 나는 너무 속상했었다.

돌아보니 나도 미성숙했고, 그 어린 친구는 아니 스물다섯 살이 어린가, 싶기도 했지만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나이니까.


그런데 제삼자에게서 들은 것도 모자라. 그 엄마에게서 또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내가 선생님에게 혼나는 느낌이었다. '아니 내가 왜 이런 말을 이 분께 듣고 있어야 하지?'  어른이니까 또 나는 말을 한마디 하지 못했고, 그 이후로 나는 그 팀에 나갈 수가 없었다.

너무 힘들었었다. 관계가 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 타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이야기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옭아매고 있었는지도 모른 채 나는 모든 문제가 나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힘들게 그 화살들을 맞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아니, 화살을 맞을 수 도 있지만  맞았다면 맞고 있는 게 아니라 화살을 뽑으면 되는데 

나는 마치 그 화살을 부여잡고 버티고만 있었던 거 같았다.

화살을 맞지 않도록 피할 수 도 있었고, 뭔가 방패 같은 것을 만들어서 막아버릴 수 도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그때의 내게는 방패막이되어주는 사람들이 없었고, 그저 혼자인 것만 같은 생각에 정말 "광야"의 시간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 내가 모두 다 같이 끌고 갈 수 없구나, 

아, 굳이 이렇게까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구나.

아, 나도 내가 상처받아가면서까지 타인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구나. 일단 나를 보호하자.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나의 마음, 을 먼저 살폈어야 했는데.


그 팀에서 완전히 나오게 되면서 나는 정말 자유로와 졌다.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이렇게 나가면 남아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예전의 나였다면 수긍하거나 어쩌면 다시 마지못해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분들 생각하느라 제가 이렇게 됐어요" 라며 전 안 돌아갈 거예요. 지금이 참 좋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더랬다.



아직도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게 되면 또 울컥하고 올라오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엔 눈물먼저 떨어졌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되었다.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물건 정리도 쉽지 않지만, 인간관계 정리는 더 힘들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가슴 깊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정리 #인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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