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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Jun 09. 2024

바라만 보아도 좋은 것은

바다뿐만이 아니다.

바다가 없는 곳에 살아서 그런지 바다 보러 갈까?라는 말만 들어도 괜스레 설렌다.

진짜 가지 못할지라도.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면 왠지 평온해지는 마음이 든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또한

마음을 잠잠하게 해주는 것 같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바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아이, 남편, 늘 그렇진 않지만

사춘기의 터널을 간신히 통과하는 느낌이었는데, 그 터널이 번호가 있는가 보다.

1번 터널을 통과해서 이제 조금 괜찮아지나 보다 했는데 요 며칠 2번 터널은 그 입구를 통과하며 빛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다.  아니 지나가야 하는데 지나가지 못하는 것 같다.


"엄마, 엄마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소리 지르는 거잖아요! "

헉, 그래 틀린 말이 아니다. 근데 왜 화가 더 나는 거지?

"사람은 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화나가고 소리를 지르기도 해, 그런데 엄마가 처음부터 소리를 질렀니?"

라며 설교 같은 잔소리 폭풍이 시작되었다.


남자아이들에겐 길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나는 자꾸만 말이 길어지는 걸까.


결국 나는 또 혼자 화를 내고, 이야기를 하지 않겠노라고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참 후에 아이가 왔다.

"엄마, 아까 제가 그렇게 말해서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라며.

아이는 그렇게 화를 낸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하는데 나는 인정하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게 자존심인가? 아이에게 왜 이렇게 화를 내면서 또 미안하다고 말을 제대로 안 하고 버티는지


아이가 커가면서 논리적으로 말싸움이 함께 늘고 있다.

그래 아이가 크고 있는 거구나, 이렇게 사춘기를 잘 보내고 있구나

어느덧 키는 나보다 커서, 아빠와 비슷해지려 하고, 아직 중1인데 벌써 키가 너무 커버렸다.

아직도 하는 말은 애기인데, 아직도 같이 손을 잡고 다니고, 아직도 굿 나이트뽀뽀를 하는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지.


너는 커가고 있는데 엄마는 아직도 너를 애기로 나의 뜻대로 따라주기만을 바라고 있나 보다.

바다를 바라보면 그저 좋았듯

아기였던 너를 바라볼 때는 그저 좋기만 했다.

지금은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어서, 그것들이 이뤄지지 않아서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좋아하지 못하나 보다. 조건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 건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잘한다고 잘하지 못한다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곧 14번째의 생일을 맞이하는 너에게

엄마가 넓을 낳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해 줘야겠다.

짜증 부려도 엄마 말 안 들어도 그래도 너는 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아이라고.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사춘기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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