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들이댄 렌즈의 폭력
무심코 들이댄 렌즈의 폭력.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저 찍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 셔터를 누르던 때가 있었다.
2008년 우즈베키스탄의 철수 바자르.(시장)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유독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검은색 가방을 메고 신문을 든 채 서 있다.
나는 왜 그때 어떤 생각으로 그 사람을 찍었을까. 오래된 블로그를 뒤져보니, 나는 그 사진에
'양심을 팝니다'라는 짧은 기록을 남겨두었다. 왜 하필 "양심"이라는 단어였을까.
십수 년이 흐른 지금, 그 사진을 다시 꺼내 본다.
'양심을 팝니다'라는 여섯 글자가 되려 내게 질문을 던진다.
글쎄, 내가 과연 그의 시간을 살 수 있었을까? 세월의 흔적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안고 계신 저 단단한 삶의 조각을, 나는 무엇으로 살 수 있었을까.
어떤 사연이 지긋한 나이의 그를 시장의 한복판으로 이끌었을까.
가족은 있는지, 홀로 지내시는지,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벽, 나는 그저 스쳐 가는 여행자일 뿐이라는 한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의 시간을 일방적으로 기록하는 것 외에는.
돌이켜보면 그것은 온전히 나의 이기심이었다.
좋은 사진 한 장을 얻고 싶다는 욕심, 결과물에 대한 선명한 기대,
나는 그에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 사람의 존재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분의 삶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 없이, 그저 '피사체'로서의 존재만을 탐했던 나의 시선.
그것이 바로 내가 이제야 비로소 마주하는 '렌즈의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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