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덥지만 덥지 않았던 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어느 광장

by 푸른산책

날씨는 35도에서 40도, 때로는 45도까지도 치솟았는데도,

우리는 긴팔을 입고 다녔습니다.

더웠지만, 이상하게도 한국만큼 숨막히게 덥진 않았던 그곳.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어느 광장입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이면,

여름에 비전트립으로 다녀온 나라와 도시들이 생각납니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의 도시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대부분 사막이 가까이 있고, 모스크 같은 이슬람 사원이 우뚝 선 그곳의 햇살이 참으로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오후 1시가 넘어서면 더위가 절정에 달해

가게들도 잠시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거리에 사람들도 거의 없이, 굉장히 한산했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지금처럼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던 때라

그저 시원한 물이나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곤 했던 기억,

그늘에 앉아 있다가 바람이 한 줄기 불어오면,

그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게 느껴지던지요.


한낮의 더위는 쉬는 시간에 금새 잊혀졌습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았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뜨거운 한 낮과 시원한 그늘, 고요함 속의 적막과 잔잔한 평온이 늘 나란히 존재했던 시간.

그렇게 어쩌면 서로 반대쪽에 있는 감정들도, 한꺼번에 내 곁에 머물고 있었음을 문득 깨닫습니다.


셍긱해보면,

더운데 덥지 않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고,

힘들지 않은데 왠지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외롭지 않은 순간에 불쑥 외로움이 스며들기도 하고,

혼자인 것 같지 않은데도 마음 한 켠이 허전한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하고요.


사람은 결국 혼자라고 하지만,

정작 혼자만으로는 쉽지않은 세상입니다.

AI 와 대화도 할 수 있지만,

마음을 마주 보고 나누는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모방하는 건 역시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쩌면 상처를 덜 걱정해도 되는 인공지능에 더 마음이 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쉽지 않아도, 저는 아직 사람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비록 때때로 광장처럼 적막한 순간이 찾아왔던 기억이 있어도

그런 시간들은 결국 지나가니까요.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