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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Sep 12. 2023

그날이 아닌데...

짜증을 내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이들과 일상을 보낼 때면 자꾸만 툭툭 튀어나온다. 한 번은 큰아이가

"엄마, 지금 왜 엄마가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가요. 화낼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순간 머리가 띵. 맞다 그랬다. 화낼 상황은 아닌데 난 왜 화를 냈지?

왜 짜증을 냈지 하면서, 그날은 

"그래? 근데 엄마도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는데 화가 났어"라고 이야길 하고는

한참을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은 호르몬변화로 인해서 쉽게 짜증을 낼 상황도 있는데

예를 들어,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생리를 하기 전에는 유독 예민해져서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가 있어서 아들들에게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러면 그때가 맞아떨어지는 경우에는

"아, 엄마 그날이구나" 하기도 하고 그날이 아니면

"그날이 아닌데" 엄마 왜 화를 내지? 하면서 그럴 때가 사실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지금 나는 왜 짜증을 냈지? 누가 뭘 잘못했나? 근데 딱히 잘못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굳이 이야기한다면 내가 이야기했을 때 아이들이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아서?

날이 더워서?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서두르지 않아서?


결론은, 그러니까

내 마음에 차지 않아서, 아이들이 내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아서! 나는 짜증을 내고 화를 냈던 적이 참 많은 것 같다.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는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할 때가 있다. 사실은 엄마가 아까 갑자기 짜증을 낸 건 미안해.

이러한 상황이 있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갑자기 화가 났어.

다음부터는 갑자기 화내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까 너희들도 엄마가 이야기하기 전이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하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것 또한 내 뜻대로 아이들을 끌고 가려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육아는 참 어렵다.

세상에 쉬운 것 하나 없다지만. 더더욱 한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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