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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Sep 22. 2023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곱디고왔던 엄마는 어느덧 60대의 중반을 넘으셨고

철부지 어린 딸도 이젠 4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가 되었다.

오늘은 엄마랑 같이 밥 먹자고 해야지, 밥 먹으면서 엄마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야지. 했는데

밥은 같이 먹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언제 말하지, 어떻게 말할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엄마한테는 미역국 도시락을 주문했고 나는 샐러드 도시락을 주문해서

잡채반찬도 추가해서 그렇게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만 먹었다.


그러면서 계속 마음속으로는

엄마, 이렇게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엄마.

엄마한테 더 많은 것들을 해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엄마에게 계속 받고만 있네요.

나도 엄마가 되었는데. 엄마도 엄마에게 어리광 한번 제대로 못 부렸던 그런 세월들을 알기에.

엄마가 삶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알기에

대단하다가 엄마의 삶을 존경한다고 늘 마음속으로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막상 부딪히는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 이야기는 늘 마음속 깊이 숨어버리곤 했다.



오늘은 생일

왜 추석 전에 가장 바쁠 때 생일이냐며,  그러면 무슨 이야기할 거 같아?

왜 이일을 선택했냐고..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라고는 했지만,

못 챙겨주는 그 마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서운함이 남기는 했다.


늦은 밤 11시가 되어서 들어온 남편은 고기를 볶더니 미역국을 끓여준다.

미역국 끓이는 거야? 응 내가 먹고 싶어서.라고 했지만

아침에 아이에게 엄마에게 미역국을 못 끓여줬다고 이야기해 다는 걸 들었어서 괜찮았다.


내 생일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건데,

근데 일을 선택한 거지 않나.라고 잠시 투덜거려 보지만

그래도 늦은 밤에 피곤한 몸을 끓고 끓여줌에 감사하며.




내일은 엄마에게 이야기해야지, 엄마 어제 생일이었는데,

엄마가 내 엄마여서, 내가 엄마딸이어서 날 낳아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생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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