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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Nov 24. 2023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다.

늘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 같지만.

기독교대안학교를 다닌 지 3년 차, 코로나가 심해졌던 그 해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1학년에 1반 소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남편과 함께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집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픽업을 해오느라 체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 어려워졌다.

일반학교로 인가를 받지 못해서 검정고시를 봐야 하긴 하지만, 나 또한 기독교 교육을 떠나서 잘해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기에 선뜻 학교를 옮길 생각을 못하는 것일지도.


하여, 매일의 기도와 창조론에 맞춰진 성경적인 교과과정이 난 정말 좋다.

그렇다고 동떨어진 교육은 아니다. 




1년에 한 번 spelling bee 영어철자 맞추기 대회를 한다. 학년별로 1달 전부터 단어를 주고 외우도록 한 후에 철자 맞추기 대회를 하는데, 오늘은 추수감사절 행사 겸 같이 진행이 되었다.

이번에 큰 아이가 스스로 난 이번에 complete 하겠다고 스스로 이야기를 했기에, 

우리(남편과 나)는 일종의 보상을 해주고자 선물을 걸었었다. 그랬더니 더 열심히 하는 듯 보였는데

잠시뿐. 나의 열심의 기준과 아이의 열심의 기준이 달랐던 것인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애매한 상태가 자꾸 보여서 슬슬 잔소리의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본인이 말한 것에, 목표에 도달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말로는 다 했다고 했는데! 날은 가까워오고 그렇게 하루 전이 되었다!

'벼락치기'에 진심을 보이며 단어 65개 중 40개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 해보겠다고 하고는 있었다.


그래 지난 학기보다는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으니까, 그래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당일! 

spelling bee 하는 당일에는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 점심 준비를 하기에 나도 참석했다.

아이들이 긴장할까 봐 보지는 않았지만, 대회가 끝나자 둘째는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했다.

떨어졌다며, 그런데 본인도 이번에는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알기에 타격이 그렇게 없었는데

큰 아이는 나를 보자 자꾸만 피한다.

아, 잘 안되었나 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큰 아이를 불렀다.

0 0 야, 왜 그래?라고 물어보자 우는 것이다. J와 g가 헷갈려서 잘못말했다면서 2번째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우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런저런 말하지 않았다.

그래 괜찮아 수고했어라고만.


이럴 때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하는 건지 제일 어렵다.

예전 같았으면 "거봐, 그럴 줄 알았어, 벼락치기한다고 되는 거니? 진작에 좀 외우지 그랬어" 하고

잔소리만 길어졌을 텐데.  올해 이런저런 일을 지나오며

그렇게 잔소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하기는 하지만.


어느 날 어떤 설교를 듣는데 목사님이 그러셨다.

엄마들은 참 특별한 은사를 가졌다고, 옳은 말을 하는데 참 기분 나쁘게 하는 은사를 가졌다면서.


어머, 나도 그랬다. 기분 나쁘게 하는 은사.

그래서 요즘에는 톤을 낮춰서 이야기를 한다던가 화를 잘 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여전히 어렵긴 마찬가지다.


아이도 나도 이러면서 큰 거지. 싶지만.


그러면서 이럴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아이는 괜찮을 걸까 싶다. 그래도 일단은 좋다고 하니까.

여전히 늘 갈등 중이기는 하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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