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카파도키아 2

아시아대륙, 11번째 나라, 2번째 도시

by 해피썬

전날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새벽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맞춰서 눈이 떠졌다. 동굴 호텔에서는 알람소리도 더 크게 울려서 안 일어날 수가 없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카파도키아는 열기구 타는 액티비티로 유명한 곳인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직접 타기는 겁나지만, 아침 일찍 올라가는 열기구들을 보는 것도 장관이라 하여 보러 가기로 일정을 잡았었다.

보통 열기구 투어가 새벽에 출발해 1시간 정도 뜨면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새벽에 일어났고,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우리가 보려는 열기구 뜨는 풍경을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는 고지대가 있어서 그쪽으로 이동했다.


비가 오거나 날이 많이 흐리고 안 좋으면 열기구가 뜨지 못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어두운 새벽부터 날이 좋았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열기구가 뜰 준비를 마치고 하나씩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서로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꾸며진 수십 개의 열기구가 하늘을 채워가는 아름다운 장관에 비록 세수도 안 하고 모자 쓰고 꾸질꾸질하게 나간 우리지만 도저히 인증샷을 안남길 수가 없었다.

어두울 때 뜨기 시작한 열기구들을 일출로 주위가 점점 밝아지는 광경과 함께 보는 것도 아름다웠고, 해가 다 떠서 완전히 환해진 후 하늘에 떠있는 형형색색으로 장식이 된 열기구와 카파도키아의 신기한 지형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름다웠다.


한참 동안 열기구 풍경을 바라본 후 숙소로 돌아가 조식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 다시 다이빙 동기 커플을 만나서 함께 점심을 함께 먹었다.

그들은 오후에 튀르키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고 앞으로 우리의 여정과 그들의 여정은 반대방향이기 때문에 세계일주 중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를 먹으며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의 여정들에 대한 이야기와 응원과 안전을 기원하며 버스정류장에서의 포옹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 카파도키아에 가면 꼭 들리는 곳 중 한 곳인 지하도시, 데린구유를 가보기로 했다.

카파도키아 시내에서 데린구유까지는 대중교통이 없고 가이드투어를 하거나 오토바이를 빌려 개별적으로 관광을 할 수 있다 하여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전날 갔던 ATV투어 여행사에서 오토바이 대여하려고 금액을 물어보고 있는데 한 외국인 커플이 오토바이 타다 넘어졌다며 다리에 꽤 많은 피를 흘리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크게 다쳐서 당황했는데 그 커플이 나간 후 여행사 직원이 저렇게 다칠 수 있다며 오토바이를 잘 타냐, 다른 나라에서 타봤냐고 묻길래 태국에서 타봤다고 하니 그러면 괜찮을 거라며 바로 결제 진행을 했다.

태국에서처럼 저렴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6시간에 2만 원 정도의 괜찮은 금액으로 우리의 발이 생겼다. 카파도키아 시내에서 데린구유를 가는 길은 도로에 차가 거의 없고 길도 잘 깔려있어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어로 깊은 우물이라는 뜻의 데린구유는 과거 기독교인들이 아랍인들의 박해를 피해서 숨어 살면서 만든 지하도시인데 최대 85m 깊이(지하 7층 규모)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큰 규모의 지하도시라고 한다.

개미굴처럼 지하 곳곳을 파내려 간 곳이라 미로에서 길을 잃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는 정확한 표지판 안내가 되어 있는 30m까지만 오픈이 되어 있다.

환기구가 굉장히 잘 연결되어 있어서 숨쉬기 불편함도 없었고, 지금은 전기를 연결해 불을 켰지만 과거에도 외부의 빛으로 지하에서도 생활할 수 있게끔 시설을 잘해놔서 지하에 집에 해당하는 공간인 침실, 부엌뿐 아니라 곡물창고, 식당, 가축농장, 그리고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이 모인 공간이니 당연히 예배당까지 있었다.

박해를 받으면서도 본인들의 신앙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살았던 그들의 삶, 그리고 엄청난 지하 도시를 만들어낸 지혜와 재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길에 따라서 몸을 완전히 펴고 걷다가 한껏 움츠리고 걷다가를 반복하다가 밖으로 나오니 아무리 시설이 잘 갖춰있어도 지하는 지하라, 역시 지상에서 숨 쉬고 몸을 펴고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는 오토바이로 달리다가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보이면 잠시 멈춰서 바위들을 천천히 구경했다.

데린구유를 가이드투어로는 갔으면 데린구유에 대한 설명은 자세히 들었을지언정 카파도키아 자체를 맘껏 둘러보진 못했을 텐데 오토바이를 빌리니 우리가 원할 때 멈추고 다시 가면서 카파도키아의 신기한 지형을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어 오토바이를 빌리길 잘했다고 남편과 우리 스스로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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