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11번째 나라, 6번째 도시
이즈미르는 셀축에서의 여행 이후에 이스탄불로 바로 돌아가는 게 아쉽기도 하고 버스로 한 번에 가려면 엄청 긴 장거리 여행이 될 거 같아서 체류하게 된 도시였다.
별생각 없이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서 하룻밤 자고 가자 해서 고른 도시였는데 알고 봤더니 튀르키예에서 3번째로 큰 도시여서 그런지 광장도 굉장히 넓었고 잘 다듬어진 계획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차역에 가깝게 예약한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 이즈미르의 랜드마크인 시계탑이 있는 코낙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모양은 멋졌지만 아담한(?) 크기의 시계탑이 넓은 광장에 있으니 더욱 작게 느껴져서 랜드마크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광장의 사람들이 시계탑 주변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그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는 등 여유롭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아마도 이곳이 현지인들의 만남의 장소 같은 게 아닐까 추측했다.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키즐라라가시 한 바자르(Kizlaragasi Hani Bazaar)라는 이즈미르에서 유명한 전통 시장 중 하나의 입구가 보여서 들어가 봤다.
돔 형태로 되어 있어 실내 시장 같은 이곳에는 각종 보석을 판매하고 있었다. 미로같이 되어 있는 곳을 구경하다가 화려하고 이국적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 취향은 아니라 원래 목적이었던 밥을 먹으러 다른 출입구를 통해서 나왔다.
이즈미르는 에게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라 해산물이 유명하다.
전통 시장 앞 음식점 거리에는 홍합을 쌓아놓고 호객을 하는 식당들이 마주 보고 있었는데 사람들, 특히 현지인들이 더 많아 보이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이스탄불에선 그 유명한 홍합밥(Midye Dolma)이 10개에 22리라(원화 약 7,300원)여서 남편이랑 둘이서 간식으로 몇 개만 맛을 봤는데 이즈미르는 이스탄불에 비해서 물가가 저렴해서 홍합밥 20개에 고등어 생선구이와 샐러드 세트까지 주문해서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같은 금액인 22리라였다.
이렇게 물가가 저렴하다 보니 매끼 식사뿐 아니라 튀르키예식 커피와 음료는 기본이고 중간중간 슈퍼와 길거리 상점에서 아이스크림, 튀르키예식 미니케이크, 미니피자, 석류주스와 같은 간식이 보일 때마다 맛을 본다는 핑계로 사 먹었다.
저녁에는 간식을 많이 먹어서 배부르니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소내장고기 샌드위치를 먹자 했는데 푸짐한 양에 고기 냄새도 안 나고 맛있어서 간단하지 않은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이즈미르에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요한계시록 속 아시아 일곱 교회 중 칭찬받은 서머나교회(성폴리캅교회)로 추정되는 곳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남아있는 건물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건 알지만 딱히 이즈미르에서 우리가 뭘 하자고 정해놓은 것도 없었고 신기하기도 해서 가봤는데 교회가 항상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 게 아니었다. 오후 3시-5시 사이에만 방문이 가능하고, 그 앞의 벨을 눌러서 관리인이 문을 열어줘야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달까? 마침 우리는 방문 가능 시간에 도착해서 역사가 오래된 이 교회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즈미르에서는 전자제품 가게도 엄청 찾아다녔다.
그때 당시 우리의 여행을 기록하던 고프로의 마운트가 셀축 여행 중에 깨져서 다시 구매해야 했는데 오머가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이스탄불에 오면 받게 해 주겠다고 했음에도 남편은 쿠샤다시(튀르키예, 셀축 3편)가 큰 도시니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더 빠르게 구매할 수 있을 거라며 괜찮다 거절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우리가 가진 고프로의 버전과 맞는 제품을 찾지 못했고, 뒤늦게 온라인 주문을 하려 했을 때는 택배 배송이 우리나라 같지 않게 오래 걸려서 우리가 이스탄불을 떠나는 시기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즈미르에 와서도 전자제품 판매점을 구글맵에서 찾아서 한 곳씩 다 들어가 봤는데 여전히 원하는 프레임을 찾지 못해서 발품만 팔다가 결국 포기했다.
처음에 온라인 주문해 준다 했을 때 알았다 했으면 이렇게 많이 걷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살짝 짜증이 났지만 나도 어떤 일로 고집부릴 때 남편이 잠자코 따라준 것처럼 남편이 원하는 대로 열심히 따라다녀 가정의 평화를 지켰다.
그리고 프레임은 결국 이스탄불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구매했다는 후일담....
많이 걸어서 힘들기는 했지만 이즈미르 도시 자체가 깨끗하고 예뻐서 나중에는 관광객으로는 잘 안 갈만한 곳까지 샅샅이 구경할 수 있었음에 전자제품 투어의 시간마저도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되었다.
이즈미르에서의 짧고도 알찬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