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3

유럽대륙, 2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전날 잠에 들 때까지도 계획에 없던 여행의 동행자가 생겼다.

일요일에 갔던 교회의 현지인 성도들에게서 월요일이 혁명 기념일이라 국회의사당 내부가 개방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원래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게 행운이라 여기며 숙소 거실에서 아침을 먹던 다른 투숙객에게도 신나서 이 이 정보를 공유했다.


둘이서만 여행하는 게 익숙해져가고 있는 우리라서 정보만 나누고 좋은 여행 되라고 인사를 하려는데 나홀로 여행자였던 베트남 청년이 우리와 같이 다녀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지금은 원하지 않을 때는 바로 거절을 하는 게 서로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고 오히려 예의라는 걸 알지만, 그때 당시에는 앞에서 바로 거절을 하면 상대가 민망할 거 같고 나중에 숙소에서 마주칠 때마다 불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절을 하는 대신 다른 곳을 먼저 갈 건데 괜찮냐고 물었다.


헝가리가 워낙 온천으로 유명해서 그날 우리는 실제로 세체니 온천에 먼저 갈 생각이었다.

수영복 등 챙겨갈 것이 많아 귀찮을 수 있는 데다가 잘 모르는 사이에 수영복을 입고 노는 곳을 굳이 커플 사이에 껴서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말한 일정에 그는 같이 갈 사람이 생겨서 오히려 좋다면서 온천도 함께 가자고 했고 이미 거절을 말하긴 늦어서 그날 같이 동행을 하게 됐다.



원래도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우리여서 여행지에서 동행을 하게 되거나 친분을 쌓을 기회가 생겨도 보통은 같이 밥을 먹고 대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게 먼저인데 낯선 동행자와 온천부터 가서 수영복을 입은 채로 물놀이를 하려니 여간 어색하지 않았다.

노란색의 건물에 소다 색의 물색으로 보기에도 예쁜 세체니 온천에서 추운 날씨에 따뜻한 온천물에 들어가니 너무 좋아서 실컷 물놀이를 하려 했던 우리인지라 온전히 물놀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뭘 할 때마다 상대의 의사를 묻고, 틈틈이 서로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부다페스트까지 여행을 오게 된 건지 등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쉬웠다.


한국인 동행자여도 낯설어 어색할 상황에 외국인 동행자다 보니 온천,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하는 시간, 국회의사당을 구경하면서의 모든 시간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피로도가 점점 높아졌다.

특히 원래 알던 친구들은 영어로 대화할 때 대강 말해도 서로 찰떡같이 알아듣는 게 있는데 그것도 아니다 보니 부다페스트 여행에 집중하기보다 대화에 더 집중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나도 남편도 점점 예민해져 가기 시작했다.


유명한 밥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인원이 셋이면 엄청 기다려야 한다 해서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도 사람이 많아서 한참을 대기해야 했다.

그러다 겨우 받은 음식을 내가 동행인과 대화하다가 쏟았을 때 동행인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이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먼저 들어가서 쉰다는 동행인을 보내고 둘만 남았을 때 남편은 조심하지 그랬냐라고 짜증을 냈고 나는 뜨거운 걸 쏟았는데 내가 괜찮은지를 먼저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굳이 국회의사당에 입장이 된다는 정보를 처음 보는 외국인한테 뭐 하러 말하냐라고 시작된 탓하는 말에, 싫으면 거절하면 되지 거절을 못 해놓고 왜 나한테 뭐라 하냐까지 서로의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로의 불평을 솔직하게 쏟은 후에 서로의 예민했음과 모났던 마음을 깨닫고 서로 사과하고 화해했다. 그렇게 회복된 마음으로 어부의 요새, 겔레르트 언덕 등 부다페스트의 또 다른 유명한 야경 감상 장소에 가서 아름다운 야경도 보고 둘만의 온전한 여행을 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에 한 번 더 부다페스트에 오자는 약속도 했다.


화해하면서 느꼈지만 그날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었다.

공용 숙소에서 서로의 여행 정보를 나눈 것도 잘못이 아니고,

나홀로 여행객으로서 여행에 동행해도 되냐고 물은 것도 잘못이 아니고,

거절을 하지 않고 같이 다닌 것도 잘못이 아니다.

막상 같이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우리의 속마음이 불편했던 것과는 별개로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저녁에 헤어질 때까지 서로를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받아들인 우리의 마음이었던 거 같다.

한번 꼬인 마음이 평소 가볍게 넘길 일들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들었던 거 같다.


여행은 이렇게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하고, 서로의 연약한 부분을 알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나아가게 한다.

불편했던 시간마저도 소중하고 귀한 시간으로 바뀐 기억을 안고 부다페스트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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