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3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유럽여행을 시작하면서 시간대, 예약 기간의 여부로 이동 시 비용이 크게 차이 나는 걸 알게 됐다. 이런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계속 이어진 새벽 이동으로 피로가 쌓여있었는데 스플리트에서는 미리 정한 일정이나 근교 여행 계획 등이 없어서 늦잠을 자고 여유 있게 돌아다니니 좋았다.
여기에 더해서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스플리트의 날씨는 여유로워진 마음에 더 기분 좋음을 만끽했다. 춥고 우중충한 날씨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일 년 내내 따뜻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여유롭고 밝은 건 그런 이유일까?
오전에만 영업을 하던 그린마켓에서 미리 과일을 사놓기 위해서 올드타운 쪽에 구경을 가기 전에 마켓을 먼저 둘러봤다.
여러 종류의 과일 중에서 씻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기로 했고, 마침 청포도가 알도 크고 맛있어 보여 바로 구매했다. 우리가 먹고 싶었던 납작 복숭아는 여름 과일이라 우리가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엔 먹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그린마켓에는 과일과 채소뿐 아니라 꽃 시장도 같이 있었는데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그런지 꽃을 여전히 밖에서 내놓고 판매 중이었는데 보라색, 노란색, 주황색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모여있으니 보기에도 예쁘고 지나가며 향을 맡는 것도 좋아서 하루의 시작부터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날은 스플리트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마르얀 공원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스플리트 라바를 따라 걷다 보면 마르얀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여서 길을 찾는 건 쉬웠는데 올라가는 길이 고행이 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말했지만 평지를 오래 걷는 건 가능하나, 언덕을 올라가는 데는 최약체인 나인지라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전혀 높지 않지만 집 앞동산도 안 가는 사람에게는 높은 언덕을 올라가는데 점점 힘이 부쳤다.
그래도 세계일주 중 계속 그래왔듯 그곳에 올라갈 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남편의 응원을 받아 올라가니 아름다운 스플리트의 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포기하지 않아 잘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칭찬하고, 응원하고 위로 밀어준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햇살을 받아 빛나는 파란 아드리아해와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라바 광장, 올드타운을 내려다봤다.
마르얀 공원에서 한참 풍경을 구경한 후 올드타운 쪽으로 내려와선 어시장으로 향했다. 항구 도시다 보니 매일 잡은 싱싱한 생선을 파는 어시장이었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생선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통을 올려놓고 그날 잡은 생선을 양동이 같은 걸로 푼 후 무게를 재서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가 조금 늦게 가서인지 이미 대부분의 생선이 팔려 손님이 적었는데 더 아침에 갔으면 많은 사람들이 복작복작하고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웠다.
워낙 작은 스플리트 올드타운이라 공원도 다녀오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도 시간이 남아 궁전에서 뒤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거대한 그레고리우스 닌 동상 앞에도 다녀왔다.
지금은 각자 나라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지만, 예전엔 라틴어로만 예배를 드려야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크로아티아어로 예배를 볼 수 있게 투쟁해서 크로아티아인들의 많은 존경을 받은 주교의 동상이다.
흔히 유명한 동상의 어디를 만지면 행운이 있다는 속설에 일부 부위만 노랗게 변색이 되는 것처럼 이 동상도 발을 만지면 행운이 있다 해서 왼쪽 발가락 부분만 칠이 벗겨져서 반들반들하게 되어있었다.
다음날 버스 시간이 오후라서 짐을 다시 싸고 체크아웃을 느긋하게 하고 숙소에 짐을 맡긴 후 또 한 번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라바 광장에서 여러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아마추어 3 대 3 농구 경기도 있고, 그걸 촬영하는 방송차도 와있어서 꽤 흥미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임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시인의 바쁨을 느끼는 대신 여유로움을 느꼈고, 아름다운 고대 건물을 대부분 잘 유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올드타운을 가진 스플리트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