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3번째 나라, 2번째 도시
크로아티아는 겟바이버스(GetbyBus) 앱을 통한 온라인 예매 시스템이 잘되어 있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버스 컨디션이 좋아서 도시 간 이동은 버스로 했다.
자그레브에서 스플리트로 이동하는 버스 티켓을 예매하고 이동하는 날, 굉장히 컸던 터미널을 기억하고 버스 플랫폼을 찾을 때 헤매느라 버스 시간을 놓칠까 싶어서 여유 있게 자그레브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스플리트가 겨울에도 영상의 날씨를 유지하는 따듯한 도시라더니 5시간 정도를 버스로 달려왔을 뿐인데 갑자기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듯했다.
자그레브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겨울옷을 입고 있던 우리인데 도착하자마자 훈훈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에 패딩은 일단 벗었는데도 더워서 서둘러 숙소에 가서 옷차림을 가볍게 했다.
다행히 스플리트 버스터미널의 위치는 주요 관광지가 있는 올드타운에서 멀지 않고, 우리 숙소도 올드타운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금세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3일간 우리의 집이 되어줄 숙소는 이번에도 원룸형 에어비앤비였고 자그레브 숙소보다는 좁았지만 그래도 주방과 욕실이 깨끗했고 우리끼리만 사용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옷을 갈아입고 아침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노점을 올려놓고 판매하는 그린마켓(Green Market)을 지나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가 스플리트를 여행지로 정할 때 사진으로 보면서 걸어보고 싶던, 탁 트인 스플리트 해안가에 길게 이어진 하얀색에 가까운 보도블록 산책로인 스플리트 라바(Split Riva, 또는 라바광장)를 걸으며 햇빛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아드리아해를 바라보았다.
올드타운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으로 이동했다.
이 도시 자체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만든 도시라 해서 황제의 도시라 불리는 곳이고, 그 황제가 지은 옛 궁전이다 보니 스플리트에 오면 꼭 가야 하는 곳 1위인 장소기도 했지만, 올드타운의 미로 같은 길의 어디를 걸어도 이 궁전으로 이어지는지라 우리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이어졌다.
궁전의 중앙 광장(페리스틸 광장)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된다더니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둘러싼 계단에 앉아있었다. 계단의 한편에 있는 카페에서는 카페의 손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계단 위에 방석을 놓기까지 해서 나라에서 관리하는 유적지? 같은 공간을 저렇게 사적으로 써도 되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는데 손님이 아닌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도 별말을 안 하는 걸 보고 그냥 약간의 편의를 더해준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광장의 동쪽에는 대성당과 종탑이 있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살아있을 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박해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그가 지은 궁전이 그가 죽인 성 돔니우스를 위해서 성 돔니우스 대성당으로 변한 것을 보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영원한 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쪽에는 황제의 거처로 들어가는 현관이 있는데 대부분이 소실되고 중앙에 홀 부분만 보존되어 있다. 하늘에 구멍이 있는 원형의 상태인데 이곳의 공간 울림이 좋아 이곳에서 연주나 공연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남성 열 명이 옷을 맞춰 입고 중창을 하면서 본인들의 노래를 담은 CD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원래 노래도 잘하겠지만 공간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정말 아름다워서 한참을 서서 소리를 감상했고, 우리가 장기여행 중이 아니었다면 기념으로 하나 샀을 거 같단 생각도 들었다.
스플리트의 올드타운은 크지 않고 골목이 좁아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데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미로 같은 골목길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한참 돌아다니면서도 힘든 줄을 몰랐다.
하루의 마무리는 해안가에서 하고 싶어서 라바에서 바닷가를 향해 썬 베드처럼 만들어놓은 나무 의자들에 앉아서 잠시 일몰을 보며, 그리고 주변이 금빛 조명으로 물들어가는 걸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