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2번째 나라, 7번째 도시
도착한 날 숙소에서 쉬고, 다음날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하루 종일 보내고 나니 3일째가 돼서야 LA시내 탐방을 시작할 수 있었다.
주차에 인색한 LA라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를 구경할 땐 차를 한 곳에 주차해 놓고 돌아다니려고 근처 주차장을 미리 알아보고 갔다.
할리우드 & 하이랜드(Hollywood & Highland) 종합 쇼핑센터가 4시간에 10달러 정도로 그나마 주차비가 저렴하다해서 이곳에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LA 시내 관광에 나섰다.
유명한 배우들이 손도장을 찍은 할리우드 길에서 아는 배우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고, 특히 우리나라 배우들의 손도장을 찾을 때는 괜히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스파이더맨, 슈퍼맨 같은 영화 속 등장인물로 코스프레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그들의 나이스한 인사로 시작하여 함께 사진을 찍으면 바로 팁을 요구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갔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그들을 피해서 거리를 돌아다녔다.
LA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많아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오랜만에 일본식 라멘을 먹기로 했다.
사람이 꽤 많아서 맛집인가 했던 거에 비해서 생각보다 맛이 없었는데 30달러나 해서 차라리 햄버거를 먹을걸 싶어서 아쉬웠지만 이것도 경험이다 하고 세븐일레븐에 들려서 핫도그를 하나 더 사 먹었다 :)
갖고 있는 현금을 거의 다 써가는데 다음날부턴 차로 오래 이동을 하고 중간중간 소도시를 들려가는 거라서 LA시내에서 달러를 추가로 인출하기로 했다.
우리가 여행할 때만 해도 트래블월렛이나 트래블로그 같은 전 세계 주요 나라, 주요 도시에서 수수료 없이 카드 결제를 하거나, 제휴된 아무 은행 ATM에서 쉽게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여행하기 좋은 혜택의 카드가 별로 없어서 그때 당시 미국 내에서 수수료가 없던 시티카드로 현금 인출을 하려고 구글 지도로 위치를 확인했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거의 끝까지 걸어갔는데 실제로 갔을 때는 ATM 기계가 없었고 주변에 다른 시티은행 ATM기계는 검색되지 않아 결국 보이는 아무 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은행 수수료를 아끼지 못해서 예민해져 있던 나한테 남편이 쇼핑센터의 나이키 매장을 들어가겠냐고 물어보니 어디든 나이키 매장은 거의 똑같은데 전 세계 나이키 매장은 다 들어가 보려는 거냐고 짜증을 냈다.
사실 남편도 수수료 조금 아끼려고 제대로 구경은 못한 채 길 끝까지 걸으면서 ATM기계를 찾아다니는 나한테 불만이 있음에도 참았는데 내가 짜증을 내가 본인도 화가 나서 싸우기 시작했다.
너무 다행히 여행도 못하고 하루 종일 싸웠던 독일에서와 같은 상황(독일, 뮌헨 1편)이 되기 전에 서로 예민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바로 화해를 해서 LA 관광은 끝까지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할리우드 거리에서 나와서는 다시 차를 타고 LA의 야자수 길과 유명한 부자동네인 베버리힐즈 주변을 드라이브를 하며 렌터카로 자유롭게 LA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바닷가 쪽에 가보자 해서 산타모니카 해변을 다녀왔다.
바닷가 바로 앞은 주차가 힘들어 주변을 돌며 주차 장소를 찾았는데 운 좋게 맥도날드가 있는 건물에 주차 공간이 하나 있었고 맥도날드 이용객은 주차비가 무료라는 안내를 보고 집에 가기 전에 맥도날드에서 간식을 사 먹기로 하고 바다가 쪽으로 걸어갔다.
산타모니카 부두는 영화 <라라랜드>에서 아름다운 보랏빛 노을 속 바다의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우리는 한낮에 가서 영화에서와 같은 한산함과 노을 지는 풍경은 없었지만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의 모습과 가족단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니 오히려 휴양지에 온 거 같은 기분은 들어서 왁자지끌한 분위기도 그거대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타모니카의 66번 국도의 끝(Route 66 End of Trail) 사인을 보니 그냥 길 위에 막대기가 꽂혀있고 그 위에 저 사인이 있는 거뿐이지만 우리가 시카고에서 오클라호마시티까지 66번 국도를 달리던 시간이 생각나면서 괜히 반가웠다.
저녁에는 유명한 LA 야경을 보기 위해서 그리피스 천문대를 다녀왔다.
이곳 역시 <라라랜드>에 나왔던 일렁이는 듯한 야경을 기대하면서 갔는데 영화에서와 달리 일반인들은 천문대 바로 앞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없어 한참 아래쪽 공터에 마련된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다른 관람객들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다.
중간에 길이 헷갈렸는데 몇몇 사람들이 가운데 난 사잇길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그쪽으로 길이 났길래 우리도 모르는 길을 헤매는 대신 그들과 합류했다.
막상 올라가고 보니 마치 절벽을 기어올라간 느낌이 들어서 조금 재미있었다.
그렇게 올라가서 바라본 LA의 야경은 금빛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고 영화에서 봤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다웠다.
천문대 내부에서도 영화 속 장면이 떠올라서 재밌긴 했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야외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인지라 그 풍경에 매혹돼서 한참 동안 시내를 바라보았다.
올라오는 길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도시 전체가 촛불을 켠 듯한 모습을 보다 보니 LA에서는 시간을 들여서 높은 곳에 올라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LA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우리가 LA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장소와 가고 싶었던 장소를 모두 차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 만족스럽게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