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2번째 나라, 7번째 도시에서 8번째 도시 이동
미국, 로스앤젤레스 1편에서 얘기했듯이 LA에서 시애틀까지 편도 배송하는 렌터카를 빌린 덕분에 LA에 있는 동안 편하게 다녔고 이제 배달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시애틀로 올라가야 하는 때가 되었다.
LA에서 시애틀은 1,800km나 되고 쉬지 않고 달린다고 해도 17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이다. 지난번 시카고에서 오클라호마시티까지 쉬면서 16시간을 달릴 때 졸음을 참느라 고생한 기억과 도착하고 나서도 한동안 체력 회복이 안돼서 비몽사몽 했던 기억을 생각했을 때 더 장거리인 시애틀까지의 이동은 무조건 중간에 쉬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기왕 차로 도시를 올라가는 거 다시 로드트립을 한다 생각하고 경치 좋은 서부 1번 해안가 도로를 드라이브하고 부촌으로 유명한 말리부도 들려가며 천천히 여행하면서 이동을 하고, 이 이동 경로와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두 곳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1번 해안가 도로 드라이브를 하다가 풍경이 좋은 곳에선 잠시 여유를 부리는 시간과 말리부 해안가와 그 주변 상점들을 둘러보는 시간까지 고려해서 정한 첫 번째 경유지는 샌프란시스코 약간 위에 있는 새크라멘토(Sacramento)에서 찾았다.
주요 여행지가 아니다 보니 에어비앤비로 구했는데 중년부부가 사는 전원주택이었다. 우리에게 준 침실의 침대가 꽤 큰 사이즈에 방에 욕실이 붙어있고, 집 거실과 주방의 가구와 가전이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저녁에 도착했는데 웰컴 음료가 놓여있었고, 주방 식탁과 냉장고에 있는 과일, 음료를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해 줬는데도 1박에 35달러 밖에 하지 않았다.
이 동네 자체가 큰 도시가 아니어서 숙박비가 저렴한 편이었던걸 감안해도 이 집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보다는 둘만 사는 집에 적당한 활력을 넣어 적적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손님을 초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인 부부의 친절과, 너무 좋은 집 컨디션 때문에 이런 곳에서 장기 투숙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고 떠나기 아쉬웠지만 갈길이 멀어서 다시 이동길에 올랐다.
우리는 네비에서 알려주는 길만 달렸을 뿐인데 생각지 않게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게 됐다. 공원도 잘 조성돼있어서 월마트에서 간식으로 사 온 육포와 치즈를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휴게소처럼 식당을 모아놓은 곳이 이정표에 보이면 들려서 미국식 중식인 판다익스프레스, 타코벨 등에서 식사를 먹으며 이동한 두 번째 경유지는 시애틀과 같은 워싱턴 주에 있는 스패너웨이(Spanaway)에 있는 집이었다.
하루 숙박 후 다음날 시애틀에 빨리 도착할 수 있게 시애틀과는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잡은 이 숙소는 숲 속 농장이 딸린 2층 집이었는데 1층에 거실과 욕실, 주방이 있고 2층에 방이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침실 한가운데 있는 침대를 보자마자 난감해졌다. 꽤 넓은 방에 침대는 싱글침대가, 그것도 벽에 붙인 게 아니라 방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분명 2인으로 예약을 했음에도 이렇게 작은 침대를 주고 여분의 매트리스를 주지 않은 건 당황스러웠지만 밤 도착 및 체크인을 허락해 준 주인에게 컴플레인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자는 내내 혹시 굴러 떨어질까 싶어서 남편과 서로를 붙들다시피 하면서 자다 보니 선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에라도 불편했던걸 말하려던 내 결심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농장일을 보고 돌아와 우리 조식을 준비해 준 카우걸 느낌의 집주인을 보는 순간 사라졌다.
생각보다 맛있는 조식을 포함해서 40달러라는 금액인데 뭘 불평을 말하냐 싶어서 하루 잘 지내고 간 거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후 다시 시애틀로 이동을 시작했다.
우연히 알게 된 "편도 차 배달 렌트"를 이용해서 갈지 말지 고민했던 시애틀까지 가게 된 것도 좋았고, 그냥 미국을 여행했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낯선 도시 (남편은 이미 농구로 유명한 도시라고 한) 새크라멘토와 스패너웨이의 주거 지역과 가정집을 경험해 본 것도 좋았다.
또 이렇게 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숲길과 한적한 공원에서 여유를 누리는 소도시 주민들의 보게 된 것도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적지인 시애틀공항에 차를 반납할 때까지 아무 문제 없이 안전하게 여행한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