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시아대륙, 12번째 나라, 1번째 도시
미국에서 인도네시아에 오는 항공편을 알아보는데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일정이 오래 걸리는 대신 가장 저렴했다. 우린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가 아니다 보니 이 참에 도하 공항도 한번 가보자는 생각에 티켓을 예매해서 미국으로 태평양이 아닌, 대서양을 다시 지나서 인도네시아로 가는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의 여정은 미국 시애틀에서 미국 시카고까지 국내선을 타고 5시간 정도의 경유 후에 다시 카타르 도하에서 짧은 경유를 한 후 인도네시아 발리 공항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미국 여행을 하는 동안 시카고 공항은 갈 일이 없었는데 이때 들린 시카고 공항은 채광이 좋은 반원형의 천장과 벽에 여러 나라 국기가 쭉 나열된 것이 <나 홀로 집에 > 시리즈에서 케빈의 가족들이 비행기 탑승을 위해서 달리던 공항의 모습 그대로여서 괜히 더 반가웠다.
그렇게 시카고에서 환승을 기다리는데 도하행 항공 출발이 지연됐다는 알림이 떴다. 도하에서의 경유시간이 2시간 밖에 안 돼서 출발 지연으로 발리행 비행기를 놓칠까 봐 걱정했는데 카타르항공에서 제공하는 경유다 보니 도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카타르항공 직원이 우리와 다른 발리행 승객들 5명을 모아서 한 번에 같이 뛰기 시작했다.
일단 면세 구역에 들어가면 경유할 때는 추가 보안검사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많은 중동 국가에서는 경유를 하고 새로운 비행기를 타러 갈 때 짐을 통과시켜 보안검사를 한번 더 하는 곳이 있는데 도하공항도 그런 공항이었다. 다들 기내용 짐이 하나씩 있다 보니 짐검사를 다시 해야 했는데 이럴 때 항공사 직원과 공항 직원의 협조가 종종 있어왔는지 우리를 우선순위로 먼저 하도록 순서를 바꿔줘서 금방 짐검사를 마친 후 곧장 뛰어서 아슬아슬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같이 뛰었던 내적친밀감이 높아진 다른 승객들과 엄지척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긴 비행시간을 보내며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하니 더운 날씨에 맞는 얇은 옷차림의 사람들과, 택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까지 동남아에 온 게 확 실감이 났다.
발리에서의 첫 도시는 긴 비행으로 지쳐있는 몸을 쉬게 하고, 다음 여행지를 가기 위한 배를 타기 좋은 위치로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꾸따지역에 비해 조용한 사누르로 정했다.
공항에서 숙소를 가기 위한 교통편을 알아볼 때 거의 하루에 걸친 이동으로 힘들 테니 공항에서 택시기사와 흥정하거나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는 교통편을 예약하는 대신 미리 예약해서 가자하고 검색을 했는데 두 사람만 편하게 이동하는 택시가 30분 이상의 이동거리에 15,000원도 하지 않아 새삼 물가 비싼 유럽과 북미를 지나서 동남아에 왔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사누르에서의 우리 숙소는 인도네시아식 건물을 개조한 집 형태의 2층이었는데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방 발코니에서 주변의 통일된 빨간 지붕과 함께 동네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에 작은 수영장이 있어서 한낮에 너무 더워서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어 숙소로 돌아와 쉴 때 물 좋아하는 남편이 뛰어들어서 물놀이를 하고 잠시 몸을 식히고 놀기 좋았다.
또 숙소 주인이 직접 요리한 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볶음면, 계란토스트 등을 전체 방이 7개 정도인만큼 몇 안 되는 투숙객들이 숙소 내 작은 식당의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함께 먹곤 했는데 그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서로 통성명을 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와 발리 여행을 오게 된 계기 등을 가볍게 나누는 시간이 있는 것도 꽤 재밌었다.
이렇게 다시 동남아에서의 몸도 마음도 여유 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